북한에 뿔난 오바마,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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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2일 오전 7시(미 동부시간 기준) 방영된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와 군사력은 북한의 어떤 위협 상황에도 충분하게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녹화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북한이 하와이를 향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 등에 대해 “세밀한 점까지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민에게 확실히 해두고 싶다”며 “미국은 (북한의) 호전적이고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 보상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CBS에 방영될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협에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며 대북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21일 ‘아버지의 날’ 기념 골프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 이어 오바마의 입에서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이 언급됐다. 물론 아직까지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중단시키려는 압박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그러나 미국이 과거처럼 적당히 북한과 타협해 무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틀림없다. 미 해군의 북한 선박 ‘강남호’ 추적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이런 방침을 정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오바마의 대한반도 정책 입안 과정에 정통한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무엇보다 북한에 대해 격앙된 미국 내 여론이 오바마도 거스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미국인은 경제위기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북한이 미사일과 핵으로 미국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고 나선 데 대해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의 여론조사가 이런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15~16일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51%는 북한을 미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나라, 34%는 ‘심각한 위협’이 되는 나라로 꼽았다. ‘직접적인 위협 국가’라고 응답한 비율은 이란(46%)·이라크(35%)·아프가니스탄(35%)보다 높은 최고치다. NBC 뉴스와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12~15일 조사에선 북한에 대해 군사적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많았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정치인들의 대북 강경 대응 주장도 외교적 협상을 우선시한 오바마의 ‘스마트 외교’ 노선 수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21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선박(강남호)에 (대량살상무기 등이 실려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있다면 (강제로) 올라타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의 조치로는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현재로선 북한에 대해 대화하자는 정책을 지지할 미국인을 찾기 쉽지 않다”며 “어떤 정부도 정치적인 고려 없이 외교 정책을 선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민이 북한에 불안해할수록 오바마 정부는 더욱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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