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각종 경품행사에 응모내용도 다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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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기업체들의 각종 경품행사에 소비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응모 내용도 다양해지고 있다.

경품행사에 대한 응모는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전보다 기업에 따라 3~10배나 늘었으며 이에 따라 당첨을 위한 소비자들의 엽서 응모전략도 갈수록 기발해지고 있다.

애경산업의 경우 올 상반기 실시한 두 차례의 엽서 경품축제에 15만여명이 참여해 예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한불화장품도 지난 5월 한달 동안 1천1백여 통의 상품 응모 엽서가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4백여통)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나드리화장품이 3월부터 실시한 선물 대잔치에는 한달 평균 7천여 통의 엽서가 몰려 IMF 이전 (6백여통)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이같이 경품 응모자가 늘어난 것은 가계가 어려워지면서 엽서 한 장 값으로 값비싼 제품을 공짜로 받는 행운을 잡아 보려는 알뜰심리가 더욱 확산되고 있기 때문.

경쟁을 의식한 엽서 응모자들의 상품 타내기 전략도 가지각색이다.

애경산업이 15만통의 응모 엽서를 분류한 결과 가장 많은 유형은 '측은지심 유발' 형. '아버지가 IMF 실직자인데 상품을 타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결혼 10년째가 되도록 아직 세탁기가 없다' 는 등 구구절절 슬픈 사연과 상품을 받아야만 하는 당위성을 늘어놓고 있다는 것. 다음은 '날 좀 보소' 형. 어떻게 해서든 눈에 띄면 뽑아 줄 것이란 기대에서 엽서에 수를 놓거나 장식물을 붙이는 등 정성을 다하는 경우다.

비슷한 유형으로 '보디빌더' 형이 있는데 대형 엽서로 눈에 띄어보자는 전략이다.

실제로 가로 1m, 세로 1.5m 크기의 엽서를 보낸 응모자도 있었다. 또 8절지 도화지 2장 크기의 엽서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광고대행사 수준 이상의 작품을 보낸 '집념파' 도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엽서를 보내 당첨 확률을 높이려는 '융단 폭격' 형도 상당수다. 애경산업 리앙트 (샴푸) 히트감사 엽서축제에는 한 사람이 무려 1백88통의 엽서를 보낸 '열성파' 도 있었다.

이밖에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이렇게 뜻깊은 행사를 마련해 줘 몸둘 바를 모르겠다' 등과 같이 아부로 일관하는 '황공무지로소이다' 형, 애교를 경쟁 무기를 삼는 '황진이' 형도 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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