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뉴욕에 진출한 한국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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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방미 (訪美)에 맞춰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한국관이 문을 열었다.

金대통령은 한국문화의 진수는 '은근과 끈기' 다, 지금은 한국인의 저력을 시험받는 도전을 맞고 있지만 한국민은 반드시 일어설 것이라는 요지의 기념연설로 갈채를 받았다.

문화란 한 민족의 얼굴과 마음을 대변한다.

문화유산을 내보이면서 미국의 지원을 호소하는 방식이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유산의 해외전시는 국가홍보와 교민교육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지닌다.

세계화시대의 국가홍보는 문화유산 전시가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구미인들은 한.중.일 문화의 차이점을 식별하기 어렵다.

한자.불교문화의 공통성 때문에 중국 또는 일본문화나 그 아류 (亞流) 로 오인받기 쉽다.

우리 문화유산의 해외 상설전시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널리 알리면서 교민2세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모국문화를 이해시키는 교육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비록 48평의 작은 전시실이지만 이 공간을 확보하기까진 정부와 민간기업의 숨은 노력이 배어 있다.

국제교류재단이 3백만달러를 내놓고 삼성문화재단이 2백만달러 운영기금을 지원함으로써 가능했다.

전시실도 전통 한옥의 미를 살려 한눈에 한국미의 독창성을 실감케 했으며 전시품목도 22점의 국보급이 동원된 한국미의 진수를 담고 있다.

해외의 한국문화관 설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에도 한국문화관이 있고 대영박물관에도 한국관이 자리잡았다.

대체로 개막행사는 요란했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쉬운 게 문화행사다.

이래서는 어렵사리 마련한 문화공간이 제기능을 할 수 없다.

다행히 이번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한국실은 전문 큐레이터를 두고 다양한 기획전시를 장기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관 개관만이 능사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경우처럼 운영기금을 확보하고 전문요원을 파견해 효과적 운영을 해야 원래 취지가 살아날 수 있다.

체면치레나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전시장이 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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