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 보도하고도 성찰 기미 안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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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언론학회 보고서에 대한 방송사의 편향된 보도, 그리고 시민.학술단체 등의 일방적 비방을 보고 '한국 지성의 위기'를 심각하게 느꼈다. 편향 보도를 하고도 성찰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이민웅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달 탄핵 관련 방송이 공정성을 잃었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낸 뒤 "기계적 중립에 치우쳤다"는 일부의 비판을 받아 온 언론학자들이 반박에 나섰다. 방송위원회의 의뢰로 만든 이 보고서의 책임 연구를 맡았던 윤영철(신문방송학) 연세대 교수와 이민웅 교수가 그 주인공. 이들은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방송의 공정성'이란 주제로 열리는 학술회의를 통해 보고서를 둘러싼 비판의 허구성을 지적할 예정이다.

윤 교수는 미리 배포한 주제 발표문에서 "외부 비판 중 상당 부분은 정치공세나 인신공격과 관련된 것"이었다며 방법론에 대한 진지한 문제 제기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탄핵 관련 시사.교양 프로그램 가운데 탄핵 반대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프로그램은 발견할 수 없었다"며 "그런데도 방송위는 프로그램 간 공정성을 심의 대상에서 제외(각하)함으로써 공정성 개념을 반 토막 내는 우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론을 따른 것이라는 방송사 측의 주장도 비판했다. 즉흥적이고 조작 가능한 여론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삼는 건 저널리즘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파병 지지도가 83%에 달했음에도 대처 정부의 문제점을 당당히 꼬집은 영국 BBC의 예를 들었다.

윤 교수는 '시대정신'을 공정성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방송이 특정 이념의 선전도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웅 교수 역시 발제문에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방법론이나 자료 수집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눈으로 보니 보고서가 편향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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