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회 원구성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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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회 후반기 원 (院) 구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29일까지로 된 원구성 시한이 지난데다 여권의 협상연기 명분인 지방선거마저 끝난 까닭이다. 특히 이번의 원구성은 정계개편과 밀접한 함수관계가 있다.

'여소야대 (與小野大)' 냐 '여대야소 (與大野小)' 냐에 따라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 칼자루 주인이 달라진다.

그래서 원구성과 정계개편의 선후를 놓고 여야간 다툼이 불가피하겠지만 여권의 의도가 더 먹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권 = 한나라당의 원내 과반수 허물기에 본격 착수한 국민회의.자민련은 물론 '선 (先) 정계개편 후 (後) 원구성' 방침이다.

의도대로 15명 이상의 야당의원을 빼와 '거여 (巨與)' 로 변신에 성공하면 느긋하게 원구성 협상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입을 위한 '당근' 으로 상임위 위원장 등 원내 감투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어 더더욱 원구성을 뒤로 잡으려 한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으나 일각에선 한나라당의 신상우 (辛相佑).이한동의원 등 다선중진의원들에게 국회의장 기용을 조건으로 영입교섭을 시도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조세형 (趙世衡)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이 7일 "사사건건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아온 한나라당 대신 여권이 후반기 원구성을 하게 될 것" 이라고 밝힌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표면적으로는 이번주부터 본격화할 한나라당의 원구성 협상 제의에 신속히 응한다는 게 국민회의측 입장이다. 더 이상 협상에 불응할 명분이 사라진 탓이다.

국민회의의 한화갑 (韓和甲) 원내총무도 "즉각적인 원구성 협상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원구성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여권은 일단 복수상임위안 처리 등 국회법 개정의 선결을 요구하며 시간벌기에 나설 게 확실하다.

이 문제가 결정나지 않으면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과 위원장 임명이 불가능해 원구성 협상 자체가 무의미하다. 특히 자민련의 경우 총리서리 인준건을 협상테이블에 함께 올려놓을 방침이어서 원구성 협상이 더욱 꼬일 공산도 크다.

◇한나라당 = 한나라당은 즉각 후반기 원구성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든 정치현안에 앞서 원구성 문제를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나라당 하순봉 (河舜鳳) 총무는 주초 총무회담소집 요구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내 과반수가 위태롭기 때문. 탈당의원들이 더 생기기 전에 원구성을 마쳐두자는 생각에서 서두르고 있다.

소속의원수가 줄어들어 국회에서의 발언권이 약해지기 전에 국회구성권 행사를 마쳐두려는 것이다.

특히 국민회의와 자민련소속 의원들의 합계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보다 많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과반수가 아니라도 원내 제1당이 의장을 배출해야한다" 는 입장을 미리부터 분명히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당이 국회직을 미끼로 의원들에 대한 영입교섭을 할 것이라는 소식에 대해서도 발끈하고 있다.

"자신들의 권한이 아닌 것을 가지고 선심을 쓰겠다는 사술 (詐術)" 이라며 반박한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국회직 배분이 자신들의 카드임을 강조한다. 탈당 등을 고려하고 있는 동요의원들에게 국회직을 맡겨 주저앉힐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조순 총재 등 한나라당 당권파는 중도 또는 비당권파 중진들을 국회직 제공으로 포섭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한나라당의 원구성 요구는 계속 거세질 전망이다.

김교준.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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