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희망 사항?…러시아군 4만 이라크 파병 협상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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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이라크 등지에 파견하는 협상을 미국과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의 주요 일간 '이즈베스티야'가 20일 미국의 사설 정보 회사 '스타트포(Stratfor.전략적 전망)'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모스크바와 워싱턴이 가을 무렵 3개 보병 사단과 1개 공수여단으로 구성된 4만명 규모의 러시아군을 이라크(혹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신문은 "미국 행정부의 요청으로 이 같은 협상이 시작됐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원칙적으로 파병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대통령이 러시아군 총참모부에 7월 말까지 작전 계획을 세울 것을 이미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러시아의 파병이 미국 대외정책의 커다란 성과로 받아들여질 것을 기대,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 러시아의 파병을 통해 자국의 중동 정책에 대한 러시아-프랑스-독일의 공동 반대 노선을 깨뜨리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패권에 맞서기 위한 러시아-중국-인도 간 3각 동맹 형성을 저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러시아는 파병 대가로 미국이 이라크 내 러시아 석유회사들의 기존 사업권을 인정하고,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신문은 또 러시아와 미국은 현재 파병 지역 선정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자국군을 이라크 전역에 분산 배치할 것을 원하고 있으나 미국은 반군의 저항이 가장 심한 '수니 삼각지대'에 집중 배치할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대규모로 이라크 반군 소탕 작전에 나서기보다 미군이 이 지역에서 전략적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반군들의 저항을 묶어 두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자국 내 체첸 반군 진압작전에서의 경험 등을 토대로 이 같은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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