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6·4선거 復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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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4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여야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회의 승리 - 자민련 패배 - 한나라당 부진' 으로 정리된다.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승패분석에는 '낮은 투표율' 이란 공통점이 있다.

당세가 크게 위축된 자민련의 패인은 복합적이다.

바둑으로 치자면 대국이 끝난 뒤의 복기 (復棋)에서부터 여권내 이견이 있는 셈이다.

◇ 국민회의.자민련 = 한나라당의 경제파탄 실정 (失政)에 대한 심판과 개혁을 가속하라는 국민적 여망을 주된 승인 (勝因) 으로 꼽고 있다.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 '국민의 정부' 에 힘을 실어 주려는 국민의지의 표출" 이라고 평가했다.

투표행위에 초점을 맞추면 '자민련과의 공조' 가 주효했고 '낮은 투표율' 도 승리에 기여했다고 본다.

이밖에 김홍신 (金洪信) 의원의 '공업용 미싱' 발언과 '재 (在) 경기 호남향우회' 등도 지지세력의 결속을 굳게 했다고 분석한다.

자민련의 패배는 지역감정이 주된 이유라는 데 양당의 해석이 같다.

강원도지사전의 석패 (惜敗) 는 영서와 영동간 지역감정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었고 대구.경북 (TK) 지역의 패배도 결국 영남권 지역정서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민련의 내심은 공조 실패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강원도만 해도 한호선 (韓灝鮮) 후보의 공천을 늦추고 이상룡 (李相龍) 후보의 무소속 출마를 방치함으로써 한나라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줬다는 지적이다.

충청권에서 두드러 졌듯 공천 및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국민회의측의 '발목잡기' 식 비협조를 탓하고 있다.

자민련 내부적으로는 현역단체장을 상당수 배제하는 등 잘못된 공천과 당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뚜렷이 인식하고 있다.

◇ 한나라당 = 김철 (金哲) 대변인은 "겸허히 투표결과를 받아들인다" 고 했다.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기대 이하로 낮았던 투표율이 치명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덕룡 (金德龍) 부총재는 "낮은 투표율은 여권이 의도한 바였다" 고 지적했다.

투표율이 낮으면 고정지지자들만 투표하게 마련이고, 국민회의를 지지하는 호남출신 유권자들의 높은 투표성향이 승패를 갈랐다고 봤다.

반면 전통적인 지지세력이었던 비호남 출신 유권자들은 대거 기권한 것으로 파악했다.

TV토론으로 대표되는 미디어선거전도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부산에서의 고전은 지역여론을 무시한 공천탓으로 애써 자위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여당의 승리로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서정화 (徐廷和) 의원은 "선거결과는 국민회의의 승리인 동시에 자민련의 패배" 라며 양당 공조의 실패를 주장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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