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바캉스] 2. 독일 '발트뷔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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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트뷔네에서 한여름 밤의 콘서트로 더위를 식히는 베를린 시민들.

지난달 27일 밤 독일 베를린 올림픽경기장 옆 숲속. 오후 8시가 넘자 짙은 여름 밤하늘엔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곳은 '발트뷔네'. 숲의 무대라는 뜻이다. 2만2000여명의 관객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을 감상했다.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랑랑과 베를린 필이 협연했다.

베를린의 바캉스는 야외연주회 개막과 함께 시작된다. 특히 발트뷔네가 인기다. 서늘한 숲속의 밤 공기와 음악이 곁들여진 야외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정장을 입어야 하는 일반 음악회와 달리 일상복에 음료수와 간단한 먹거리도 들고 갈 수 있다.

베를린은 도시의 25%가 숲과 호수에 싸여있다. 숲속 연주회는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히틀러 정권이 정치선전을 위해 1936년 올림픽 경기장 내에 야외무대를 세운 게 시초로 알려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이 무대는 한때 폐허가 됐었지만 80년대 들어 다시 본격적인 야외음악장으로 부활했다.

요즘은 여름마다 클래식과 팝 음악회는 물론이고 영화까지 상영하고 있다. 특히 베를린 필은 84년부터 매년 여름 이곳에서 정기연주회를 개최, 호평을 받고 있다. 입장권 가격은 평균 43~89유로(약 6만1000~12만6000원). 1년 전에 입장권을 예매해야 할 정도로 큰 인기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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