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은 약손' 진짜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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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어려울 게 전혀 없어요. 아픈 데는 감싸누르고, 시린 데는 문지르고, 저린 데는 주무르면 됩니다."

누구나 '엄마 손이 약손'이라는 말을 어린 시절 체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배앓이를 하거나 열이 나 머리가 펄펄 끓을 때 어머니나 할머니의 손길이 닿으면 어느 틈에 통증이 덜어지던 경험.

이런 재래 치료법을 체계화한 '약손 요법'이 차츰 인기를 끌며 보급되고 있다. 한국약손연구회(www.yakson.org)가 보급을 주도한다.

'약손요법'은 우리 고유의 약손 정신을 바탕으로 건강기공의 원칙과 방식, 맨손 경락 이론 등을 결합한 것. 연구회 관계자는 "몇가지 원칙과 기술만 배우면 힘들이지 않고 가족과 자녀에게 부작용없이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어린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거나 체했을 때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마와 배.등에 손을 얹어 주거나 쓸어주고 손발을 주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감기와 함께 나타나는 발열.기침.코막힘 등 호흡기 질환은 가슴과 윗배.등.아래팔과 손바닥을 주로 만져준다. 소화불량이나 설사.변비 같은 순환기 질환에는 아랫배.등.엉치뼈.정강이와 발바닥에 중점을 두는 등의 차이가 있다.

약손연구회 측은 '약손요법'이 대체 의학 같은 전문적인 의료 행위로 이해되는 것을 경계한다. 누구나 쉽게 배워 일상 생활 속에서 가족.이웃에게 베풀고 나눌 수 있는 '문화'로 소개한다.

'약손요법'은 현재 약손연구회 대표 간사인 이동현(78)씨가 창시했다. 이 대표는 러시아문학자로 대학교수를 지내다 세계 각국의 지압.기공을 연구한 뒤 우리 고유의 '사랑 나눔' 정신을 접맥해 약손요법을 체계화했다.

지난해 서울시의 '사라져가는 전통문화 되살리기' 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5월 제주에서 열린 제37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체험으로 소개돼 호평받기도 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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