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멀고도 가까운 동서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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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정윤재 <19기 주부통신원>

얼마 전 뮤지컬 공연 티켓을 주는 인터넷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행사에 당첨됐다. 30년 넘게 살면서 경품 당첨은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참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주책맞게 손아래 동서에게 자랑했더니 그로부터 며칠 후 전화가 걸려왔다. 집이 공연장에서 가까우니 우리 아이 둘을 봐주겠다고 했다. 남편과 모처럼 단 둘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했는지….

동서는 적금을 탔다면서 내 지갑을 사온 적도 있다.

"형님 지갑이 너무 낡아서요. 빨간 색으로 샀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사실 나는 아직 신혼인 동서한테 부담을 주기 싫어 전화도 잘 안한다. 아무래도 '시'자가 들어가니 불편할 것 같아서다. '가급적이면 서로 부닥치지 말자'. 그게 동서를 생각해주는 내 방식이다.

그런데 동서는 틈만 나면 내게 전화한다. 특별한 용건도 없이 그저 자신의 신변잡기적인 일을 얘기한다. 지금은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동서가 나를 생각해주는 나름대로의 방식이라는 것을.

결국 뮤지컬은 남편의 배려로 동서와 내가 봤다. 동갑내기인 우리는 손을 꼭 잡고 공연장을 빠져 나왔다. 남편들이 아이를 보며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차를 몰며 '핏줄이란 뭘까?'하고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친구의 친구 정도로만 생각했던 이가 '가족'이란 끈끈함으로 이렇게 살갑게 다가오니….

정윤재 <19기 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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