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지금 바로 투표하러 갑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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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주행 비행기 표가 남아 있습니까. " "죄송합니다. 4일분은 전 좌석이 꽉 차 있습니다. " 오늘은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6일 동안의 선거운동도 3일 자정을 기해 막을 내렸다. 그 모든 것들은 바로 이날을 위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사상 최저' 에 머물 것이라는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측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는 국민 주권의 출발이고 끝이다.

투표가 한 나라 역사를 뒤바꾼 예는 많다.

남아공화국에서 3백42년간의 백인통치에 종지부를 찍고 흑인 지도자인 넬슨 만델라를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은 수단은 94년 4월 총선이었다.

필리핀의 민주화 여망은 86년 2월 대선에서 코라손 아키노를 당선시키면서 비로소 완성됐다.

지금 세계는 우리의 6.4지방선거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최악의 경제난 속에 한국민들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고 그 결과가 한국경제와 정치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투표를 안하겠다는 사람들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그×이 그×' 이란 말에서부터 '정치에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 는 등…. 후보들간의 흑색선전 등 저질 선거운동에 실망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덜했던 사람을 고르면 된다.

그게 저질 선거운동을 퇴출시키는 지름길이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선택하는 게 민주주의다.

3金 정치와 지역주의가 염증이 난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역주의를 '거부' 하는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지연.학연에 얽매인 유권자들이나 투표대열에 서고 '생각있는' 유권자들이 기권한다면 새 정치는 요원하다.

특히 20대의 투표 참가가 절실하다.

지난 15대총선의 평균투표율은 63.6%였으나 20대 투표율은 고작 44.0%에 그쳤다.

평균투표율을 끌어내린 장본인이 20대 유권자임을 보여준다.

20대의 투표 포기는 미래정치의 포기요, 새 정치의 포기다.

호주에선 낮아지는 투표율 때문에 기권자들에게 사유서를 제출케 하는 강제주의를 도입해 투표율이 90%대로 올라갔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대안까지를 검토해야 하는가.

박승희<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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