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현장을 가다]칠순 후보들 노익장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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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젊은 이들 못지 않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참여한 70세 이상의 노령 후보들은 선거일을 하루 앞둔 3일에도 선거구내 곳곳을 빠짐없이 돌며 지지를 호소, 노익장을 과시했다.

올해 73세의 나이로 한나라당 포천군수 후보로 나선 이진호 (李進鎬) 후보. 李후보는 3일 오전 8시 집을 나서 오전 9시에 군내면에 도착, 농사일을 하던 농민에게 지지를 부탁했다. 오후에는 선단리.자작리등을 짚차로 이동하며 농민들을 접촉한 뒤 저녁에는 가가호호를 돌며 마지막 선거운동을 벌였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李후보의 하루는 집을 나서는 오전8시부터 귀가시간인 오후11시까지 이처럼 주로 군내 각 면의 유권자들을 만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개인유세 2번, 합동유세 2번에 그치는등 유세회보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시장이나 상가밀집지역.들녁등에서 유권자들을 직접 접하느라 포천 일대를 수십차례 돌았다.

李후보는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가 40㎞에 달하고 걸어서 다니는 거리도 10㎞가량 된다고 말했다. 젊은 후보도 힘든 '바닥훑기 선거운동' 을 택하고 있는 李후보는 자신이 직접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은 물론 스케줄까지도 챙기고 있다.

올해로 일흔을 맞은 고양시일산2동 시의원 조동원 (趙東元) 후보는 새벽4시 고봉산 등산로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십수년째 새벽등반을 즐겨온 趙후보는 등산로를 함께 오르내리던 시민들이야말로 놓칠 수 없는 자신의 표라고 생각하기 때문. '등산로 표밭갈기' 를 끝낸뒤에는 오전8시30분까지 버스정류장 등에서 출근길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

캠프 관계자들은 "일산은 아파트 단지가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趙후보가 쉴새없이 돌아다니다가 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했으나 기우 (杞憂) 였다" 고 말했다.

강원도내 최고령 후보인 춘천시동면 시의회의원에 출마한 박용순 (朴容順.74) 후보도 오전7시 집을 나서 만천리 농경지 인근에 도착, 농사일을 나온 주민들의 손부터 잡았다. 오전8시30분 지내리, 오전10시 상걸리를 찾았고 오후1시 때늦은 점심식사를 마친 朴후보는 다시 만천리로 옮겼다.

홍천군서면 함종백 (咸鍾白.72) 후보도 3일 오전7시30분 마곡리 집을 떠났다. 모곡리 선거사무실에 도착, 운동원과 지프차를 타고 3일 하루동안 17개 리 가운데 5개리를 찾아 농사일을 하는 주민들의 손을 잡았다.咸후보는 어색하지만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위해 호출기와 휴대폰도 갖추었다.

충남도내 최고령인 청양군 정락기 (鄭樂琪.73.청양군비봉면) 군의원 후보는 3일 다른날보다 1시간 빠른 오전5시에 일어나 이웃 마을 들판으로 달려간 뒤 정오 무렵부터는 비봉면 면사무소 주변 다방등을 하루 종일 돌며 표밭을 누볐다. 선거비용도 줄이고 '발로 뛰는' 선거를 하겠다는 생각에서 선거벽보를 만들지 않은 鄭후보는 "하루 24시간 활동하는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줬다" 고 말했다.

이들 노령 후보들은 "우리들이 젊은 사람못지 않게 거동에 불편이 전혀 없고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더 잘 알고 있더라" 며 "낙선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고 말했다.

이찬호.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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