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 친환경 나이키 신발을 소비자엔 알리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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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세계 운동화 1위 업체 나이키가 애써 개발한 친환경 기술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비즈니스위크(BW)는 최신호에서 “나이키가 헌 운동화를 재활용하는 신기술로 새 에어조던 제품을 만들었지만 웬일인지 ‘친환경 제품’이란 사실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어조던 농구화는 나이키의 24년 간판 제품이다. 매년 독특한 디자인과 기술력을 앞세운 에어조던을 내놔 관심을 끌었다. 최근 나온 신제품에는 자사 중고 스니커즈를 재활용하고, 화학 접착제와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는 등 친환경 기술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정작 판촉활동 중에는 ‘친환경’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BW는 이에 대해 “사업상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기능과 이미지 때문에 나이키를 찾는 것이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운동화 시장에선 ‘친환경’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실제로 나이키는 4년 전 친환경 기술을 앞세운 ‘컨시더드’ 제품을 내놨지만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갈색의 삼 재질을 사용해 자연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렸지만 오히려 ‘숲 속 난쟁이 운동화(Air Hobbits)’라는 비아냥만 듣고 일 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이처럼 기업이 친환경 제품이란 사실을 일부러 숨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부터 월마트까지 대부분 업종의 기업이 친환경적인 생산방식을 아주 조금만 도입하더라도 대대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결국 친환경 기술은 계속 개발하되 소비자에겐 알리지 않는 전략을 쓸 방침이다. 판촉에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비용 부담만 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오히려 이익이 된다는 게 나이키의 주장이다. 재활용 원자재를 쓰 는 등 여러 친환경적 생산방식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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