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년 남성 "피곤하다, 막막하다, 누군가가 그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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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중년 남성이 평소에 자주 느끼는 감정은 '피곤하다, 무기력하다'와 '답답하다, 막막하다'가 각각 59%와 56%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누군가가 그립다(41%)'와 '우울하다(29%)', '내가 쓸모없는 거 같다(21%)'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우울하다'는 다른 세대보다 40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에 '행복하다(17%)'거나 '즐겁다(12%)'는 삶의 의욕을 북돋우는 감정들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이 조사는 월드리서치가 KBS1라디오 '김방희의 성공시대'의 의뢰를 받아 전국의 중년 직장인 508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했으며, 각각의 설문에 3개씩 중복응답하도록 했다.

'한국에서 남자로 사는 것이 괴로울 때'를 묻는 질문에는 '가장으로서 권리는 없고 의무와 책임만 요구될 때(50%)'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승진 출세해야만 인정받는 사회분위기(48%)', '생계를 위한 지겨운 일상을 반복할 때(43%)', '억지로 술을 마셔야 할 때(31%)', '아내의 바가지와 잔소리를 들을 때(24%)'의 순이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재미있게 사는 길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수퍼맨으로 살아남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또 '스스로 연민을 느낄 때'는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댈 때(69%), 자기 주장을 소신껏 펴지 못할 때(45%), 지갑이 비거나 카드가 정지됐을 때(33%) 순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옆집 남자와 비교당할 때(24%), 가장으로서 능력없다는 소리 들을 때(19%)도 높은 편이었다. 배가 나와서 놀림 당할 때(10%)도 만만찮았다. 특히 40~50대일수록 혼자만의 폐쇄적인 고민이 스스로를 더 연민에 빠지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담배(62%)는 중년 남자들의 스트레스 해소 방편 1순위로 나타났다. 또 주변사람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화내기는 57%,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4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게임과 오락은 30%였다. '행복해지기 위해 좀 더 갖춰야 할 것'에는 경제력이 86%로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행복해지기 위해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은 매우 다양했다. 세계여행(9.3%), 로또 당첨(8.3%), 건강회복(8.1%), 자전거·오토바이·요트 세계일주(7.6%) 순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에베레스트 등정(3.2%), 북극·남극 탐험(2.0%) 등 극지탐험을 하고 싶다는 응답도 나왔다. 워런 버핏과 점심식사, 국제결혼 등 다소 엉뚱한 답도 있었다.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는 둘다 행복하다는 응답은 10명에 2명꼴이었으며, 10명에 1명은 둘다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가정생활은 행복하지만 직장은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이 36%며, 반대의 경우는 31%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40대에서는 가정생활보다 직장생활이 더 행복하다고 응답한 쪽이 많았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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