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4 지방선거운동의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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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4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내일로 끝난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름 남짓한 운동기간이 남긴 것이라고는 선거와 정치에 대한 회의와 염증뿐이다.

선거날은 코앞에 닥쳐 왔는데 무슨 기준으로 투표해야 할지 막막한 유권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선거가 인물과 정책의 대결이라고 하지만 이번 선거운동을 통해 이를 비교 평가할 기회를 제대로 가져 본 유권자는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선거운동의 고질인 금권 (金權).관권 (官權) 선거 시비는 현저히 줄어들었으나 이제는 엉뚱하게 소위 네거티브 선거방식이 선거운동을 주도해 가는 양상을 빚고 있다. 선거운동의 기억이라곤 고작 미싱바늘이 어떻고, 누구의 사생활이 어떻고 하는 것만 뇌리에 남아 있으니 이런 식의 선거운동을 해 누구에게 득이 될 것인가.

이러한 선거운동방식이 하나의 전형 (典型) 이 돼 앞으로 다른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TV토론만 해도 지난 대통령선거는 우리 선거문화를 한 단계 올려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TV토론 역시 이런 식으로 타락할 수 있구나 하는 회의만 남겼다. 토론자리에 나와 방송시간 내내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데만 급급할 뿐, 왜 출마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토론이 없었다.

이런 양상이니 TV토론을 지켜보던 유권자들도 중간에서 이를 꺼 버리거나 아예 외면해 시청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다. 지역주의 풍토 역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호남.충청.영남지역의 대부분은 선거를 치러 보나마나 뻔한 결과이고 그외 지역 역시 지역감정을 부추겨 표를 얻자는 전략이 전부이니 선거를 치를수록 나라의 상처는 깊어만 간다. 표에 눈이 어두운 정치인들이 이를 스스로 고쳐 갈 것으로 기대하기란 연목구어 (緣木求魚) 다.

결국 유권자의 판단이 문제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판을 쳐도 이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골라 뽑으면 이런 풍토가 머지 않아 극복되리라는 가냘픈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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