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마리화나 첨가 맥주 적법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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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마리화나를 첨가한 맥주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6년 맥주에 소량의 마리화나 성분을 첨가하는 것이 합법화된 이후 양조업자 아스브죄른 게르라흐 (30) 는 전통적인 맥주원료인 보리.효모.홉에 마리화나를 첨가한 새로운 맥주 '턴 (Turn)' 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맥주는 멀리 영국에까지 수출되고 있다.

게르라흐의 맥주를 문제삼은 곳은 마약을 단속하는 경찰이 아니라 독일맥주연합. 이 단체는 게르라흐를 '순수맥주법' 위반으로 제소할 뜻을 비치고 있다. 연간 10만리터, 14만병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게르라흐가 소송에서 패할 경우 병당 6천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맥주연합이 소송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이 법은 1516년 제정된 것으로, '맥주 제조시 보리.홉.효모, 그리고 물 이외에는 다른 어떤 첨가물도 넣어서는 안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 93년 첨가물을 넣은 밀러 등 외국 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사실상 사문화됐으나 맥주연합이 게르라흐에게 다시 이를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베를린 공대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게르라흐는 수년전 중세의 마리화나 첨가 맥주제조법을 재현하는데 성공, 마리화나 잎이 그려진 '턴' 맥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맥주연합이 문제를 제기하자 상표에서 '맥주' 라는 글자를 없애고 '마리화나가 첨가된 알콜 음료' 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팔고 있다.

그러나 맥주연합측은 '턴' 의 제조회사 이름에 '맥주회사' 가 들어가 있고 마치 '전통적인 맥주 제조방식' 을 따른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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