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노사정위원회 '공생의 돛' 올릴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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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제회생을 위한 장애 제거' . 지난 2월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가 정리해고 허용 등을 골자로 한 대타협을 이뤄냈을 때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뉴욕 타임스도 같은날 '경제위기 종식을 위한 노력' 이란 제목아래 한국은 이 타협으로 경제위기 해결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치켜세웠던 게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구조조정이란 변혁에는 상상하기 힘든 고통이 뒤따른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또 어느 사회건 그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면 변혁은 성공하지 못한다. 문제는 그 고통을 사회구성원 서로가 분담하겠다고 합의를 이루어내고 실제로 고통분담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정말로 어려워 '성공한 변혁' 이야말로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국제여론이 노사정 대타협에 이처럼 박수를 보낸 것은 한국이 위기해결에 일단 싹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일 것이며 그런 만큼 그 뒤를 더 주목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2기 노사정위원회가 구성돼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는가는 이런 의미에서 대단히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이번주초 이를 구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선 결과를 속단하기가 어렵다.

참여를 거부해온 민주노총은 지난주 김대중 (金大中) 정권 등장이후 첫 파업을 벌인데 이어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10일 2차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고 정부도 불법파업에 대해 파업주도 간부 검거라는 강경카드를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노동불안' 을 안고가기에는, 더군다나 이를 장기적으로 끌고가기에는 우리 현실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상황인식의 공유다. 그러려면 우선 서로간 퇴로없는 외길수순으로 일을 치닫게 해서는 곤란하다.

교섭과 투쟁을 번갈아 해오는 게 노조의 생리며 이해관계를 앞에 둔 협상에는 언제든 힘겨루기가 있게 마련이지만 공생 (共生) 의 선은 분명히 있고 자칫하면 실기 (失機) 를 한다는 데서 더 늦기 전에 이것이 찾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달러당 1백40엔을 위협하는 엔 약세도 우울한 적신호임은 마찬가지다. 엔 약세는 인도.파키스탄의 핵실험 대결과 맞물려 멀리 서남아까지 경제위기가 번지고 이것이 다시 동남아.동북아로 돌아와 증폭되는 '위기의 도미노' 를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 약세는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 그나마 경제의 한 축 (軸) 을 버텨내고 있는 수출에 타격을 준다는 데서 신속히 수출경쟁력을 가다듬는 대책도 중요해졌다.

또한 주말에 시작될 김대중대통령의 방미도 현단계까지의 한국 개혁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어떻게 평가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향후 외국인투자의 동향 등을 짚어보는 가늠자가 된다는 데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성효 경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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