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뿜어 나오다(?)/ 담겨져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구멍이 크게 뚫린 수도관에서 수돗물이 분수처럼 뿜어 나왔다.” “타~앙 소리와 함께 권총에서 불꽃이 뿜어 나왔다.”

‘뿜어 나오다’는 예문에서 자동사로 쓰였다. ‘뿜다’와 ‘나오다’를 나란히 쓴 동사구인데, 타동사와 자동사를 함께 사용해 문제가 생겼다. 이 동사구가 자동사 기능을 하려면 ‘뿜어져 나오다’로 해야 올바르다. 만일 ‘뿜어져 나오다’를 타동사로 표현하려면 ‘뿜어내다’로 쓰면 된다.

“이 작품에는 작가의 꿈과 희망 그리고 열정이 담겨져 있다.” “차례 음식과 제사 음식에 담겨져 있는 의미는?” ‘담겨져 있다’는 ‘뿜어 나오다’와 다른 측면에서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담기다’와 ‘있다’를 함께 썼는데, ‘있다’는 상태를 나타내므로 문제가 없다. ‘담기다’가 ‘담다’(타동사)의 피동사이므로 ‘담겨’ 자체로 충분하다. 즉 ‘담겨지다’는 이중피동형이기 때문에 잘못이다.

“단군신화에는 우리 민족의 기원을 말해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에서 ‘숨겨져 있다’는 ‘숨기다’와 ‘있다’를 나란히 쓴 것이다. ‘숨기다’가 ‘숨다’의 사동사이므로 ‘숨겨’ 자체로는 안 되고 ‘숨겨져’(‘숨기다’의 피동형)가 돼야 맞다. 그러므로 ‘숨겨져 있다’는 바른 표현이 다. 

최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