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리 창업주 최태섭 명예회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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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최태섭 (崔泰涉) 한국유리 명예회장이 31일 오전 서울삼성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88세. 崔회장은 1910년 평북정주에서 태어나 오산고보를 수료하고 월남한 뒤 57년 '유리가 전후 복구를 위한 경제재건에 꼭 필요한 물품' 이라는 생각에 동향출신인 이봉수 (李奉守) 한국유리 현회장 등과 공동으로 유엔한국부흥기구 (UNKRA) 로부터 유리공장을 불하받아 한국유리공업㈜을 설립했다. 崔회장은 이후 유리 한 업종만 파면서 이 회사를 세계 10대 유리전문회사로 성장시키고 국내 유리산업을 기간산업으로 발전시켰으며 96년에는 6개 관련 계열사를 거느린 한글라스 그룹을 출범시켰다.

그는 교회장로로서 한국기독교실업인회장을 맡으며 기독교신앙을 바탕으로 기업인으로서의 신용과 봉사를 실천, 91년 제1회 경제정의기업상, 96년 제1회 유일한 (柳一韓) 참경영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崔회장은 평소 "기업인이란 하나님이 잠시 맡겨놓은 것을 관리만 할 뿐 아무리 피땀 흘리며 일구어 놓았다 하더라도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 는 청지기론을 바탕으로 교회와 사회단체에 많은 재산을 기부하며 청부 (淸富) 의 실천에 힘써온 기업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크리스챤아카데미재단.한국어린이재단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10여년전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한국유리육영회와 청삼아동문제연구소를 설립, 사회사업과 교육사업에 힘써 왔다. 최근까지 노령에도 불구하고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명예회장.사랑의 쌀 운동본부 운영위원장.고당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을 맡아 부지런히 사회활동을 해왔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김성윤 (82) 씨와 영증 (永增.59) 그룹부회장 등 3남. 발인은 3일 오전10시. 3410 - 0946 (교 0915) .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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