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M&A]주목받는 공동경영체제 문제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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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동의 목표를 정하라. 상대의 능력과 역할을 존중하라. 끊임없이 대화하라. 신뢰를 구축하라. 상대의 참모들을 잘 파악하라. " 미국의 포천지 (誌) 는 최근 공동 경영체제를 성공시키기 위한 5가지 비결을 소개했다. 이렇게 '비결' 까지 등장한 것은 최근 M&A를 성사시킨 기업들의 공동 경영 체제가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티코프의 존 리드 회장과 트래블러스의 샌포드 웨일 회장이 시티그룹의 공동 회장을 맡기로 했으며, 다임러 크라이슬러도 3년간 공동 사령탑으로 운영된다.

이같은 추세는 기업 규모.경영 상태 면에서 합병 - 피합병 기업의 구분이 뚜렷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누가 누구를 인수하는지 모를 만큼 그 차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트래블러스.시티코프와 같은 업종간 통합이든, 다임러 크라이슬러처럼 다른 국가간 통합이든 각각의 분야에서 서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공동 경영 체제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어제의 적' 이 하루 아침에 친구가 되기는 쉽지 않은 법. 금융시장의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불안한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은 시티코프의 존 리드 회장과 트래블러스의 샌포드 웨일 회장의 결합이다. 자존심 강한 금융계의 두 거물은 성장 배경 및 경영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르다.

존 리드가 사려깊은 전략가라면, 샌포드 웨일은 전형적인 수완가로 불린다.

지금까지 경영진 인선 등에서 나타난 공동 체제는 예상보다 순조롭다는 평이지만 월가의 투자자들은 아직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이 각각의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는 은행.증권에 대해 서로 간섭하기 시작하면 불화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 1월 합병을 발표한 글락소 웰컴 (GW) 과 스미스클라인 비첨 (SB) 은 공동 경영 체제를 둘러싼 잡음때문에 한달만에 합병이 무산됐다.

물론 적절한 업무 분담으로 공동 경영 체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기업도 적지않다. 예컨대 지난 96년 합병한 미 지역전화업체 벨 애틀랜틱과 나이넥스는 상호 역할 분담을 통해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끈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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