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파업강행]청와대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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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은 27일 온종일 민주노총 움직임에 신경을 썼다. 오전10시30분으로 예정된 이기호 (李起浩) 노동장관 보고일정을 취소하고, 그 시간을 민주노총을 설득하는데 쓰라고 李장관에게 지시했을 정도다.

金대통령은 정부와 민주노총의 협상이 결렬되고, 민주노총이 결국 오후1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고 대단히 '안타까워' 했다는 전언이다.

金대통령은 그러나 파업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일단 공개적인 비난은 삼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노총을 더 설득하기 위해서" 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관계부처에도 설득노력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는 그러나 파업이 오랫동안 계속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다음달 6일 金대통령의 미국방문을 앞두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노동불안' 상태를 해소하겠다는 각오다.

그러지 않고서는 金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대한 (對韓) 투자확대 등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측 판단이다. 때문에 파업이 계속될 경우 파업주동자를 검거해 처벌하고,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파업에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가담하는 등 파업이 노학 (勞學) 연대투쟁으로 발전하는 것도 철저히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측은 이를 위해 공권력을 파업현장에 투입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청와대는 민주노총이 끝까지 2기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고집할 경우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위원회를 가동하겠다는 생각이다.

그 시기는 일단 金대통령의 방미 (訪美) 전인 다음달 2, 3일께로 잡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회 등을 노사정위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청와대는 수용불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해외투자가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이 노동의 유연성인 만큼 이에 관한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때문에 민주노총이 방향을 틀지 않는한 金대통령과 정부의 태도는 점점 강경해질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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