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실패 … 중국 나서야 북핵 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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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경제의 실패로 재래식 무기로는 남한과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북한에게 핵무기는 체제 수호의 결정적 수단이다.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방법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6자회담은 실패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방향을 전환해야 하며, 비밀외교 등을 통해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유도해야 한다.”

미국 특파원 출신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인 한미클럽 과 아메리칸 대학(AU)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 대학에서 공동으로 ‘이명박 정부의 한·미관계’란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왼쪽부터 피터 벡 AU 교수, 봉영식 AU 교수, 루이스 굿맨 AU 국제대학 학장, 봉두완 한미클럽 회장, 문창극 중앙일보 대기자. [연합뉴스]

문창극 중앙일보 대기자는 15일 주미 특파원 출신 전·현직 언론인 모임인 한미클럽(회장 봉두완)과 미국 아메리칸 대학이 워싱턴에서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아메리칸 대학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문 대기자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원유·식량·원자재 등을 공급받지 못한다면 식물국가가 될 것”이라며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므로 중국이 나서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북한은 쓸모 있는 바보(useful idiot)”라며 “북한이 무너져 한반도가 통일이 될 경우 중국은 주한미군과 국경을 맞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탈북자가 대거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유도하려면 중국의 불안을 먼저 없애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에 이변이 생길 경우 한국과 미국은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중국의 의견을 존중하며,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미국은 38선 이북으로 미군 병력을 이동시키지 않는다거나, 북한에 일시적인 친중국 정권이 수립되는 걸 용인한다는 것 등을 약속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대량 탈북 사태가 초래되면 중국은 막대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 경우엔 한국과 미국·일본 등이 부담을 나눠 가지겠다고 보장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기자는 “이런 문제를 공개적인 외교 형식으론 다루기 어렵다”며 “한국과 미국·중국 등이 비밀외교를 가동하고, 실무적인 검토를 거쳐 3개국 정상들이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통 없이 적당한 외교적 언동으론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한국과 미국도 고통을 각오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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