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최경주 사인한 모자 등 2500여 점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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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미국 시카고에 사는 재미동포 이인세(52·사업·사진)씨는 골프와 관련한 골동품만 보면 사들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수집광이다. 클럽과 공은 물론 그림·트로피·액자·가구에 이르기까지 이제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수집한 골프 관련 물품이 2500점을 넘는다. 이씨는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에 골프 박물관 ‘더 골프 뮤지엄(The Golf Museum)’의 문을 열었다.

“골프가 좋아서 한 점 두 점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아졌어요.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친구의 권유도 있고 해서 한 곳에 모아놓고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자고 결심했지요.”

이씨가 새로 만든 골프 박물관엔 그가 정성들여 수집한 용품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만든 지 100년이 넘는 히코리 샤프트 클럽에서부터 역대 메이저 대회의 기념품, 전설적인 골퍼 벤 호건의 이름을 새긴 클럽과 가방 등이 전시실을 장식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최경주·박세리 등 유명 선수들의 친필 사인이 담긴 모자도 있다.

이씨가 골프 관련 골동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중앙일보 시카고 지사에서 스포츠 기자로 활동했던 이씨는 틈날 때마다 미국 전역의 빈티지 용품 가게를 돌아다니며 골프와 관련된 물품이라면 무조건 사들였다. 골프 골동품을 사들이기 위해 골프 대회 취재를 갈 때도 비행기 대신 승용차를 이용할 정도였다.

“골프와 관련한 물품이 눈에 띄면 무조건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지요. 가격이 3000달러를 넘는 트로피를 망설인 끝에 사들인 적도 있어요. 집사람은 고물을 사들인다고 구박을 했지만 저는 수집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는 정성들여 모은 골동품을 팔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비록 컨테이너를 개조한 건물이지만 골프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이씨의 골프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국내에 비영리의 골프 박물관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손때가 묻은 빛바랜 골프 용품을 살펴보면서 골프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남양주=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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