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외국인 투자 왜 부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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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간에게 건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필요불가결한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때때로 종합건강진단을 받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수시로 정밀경영진단을 받아 경영전략을 다시 수립해 자산의 효율성과 수익성 위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나 우리 기업들은 최근까지 자산규모와 매출액 위주로 경영을 해 왔다. 그러던중 정밀경영진단을 제대로 받아 보기도 전에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기업마다 이제야 구조조정을 하기위해 한꺼번에 응급실로 몰려들고 있다. 응급실에 실려온 기업은 많으나 시설도 약품도 부족한 실정이다. 당연히 치료가 빨리 될 수 없다. 현재 우리 기업이 이러한 처지에 몰려 있다. 정부측에서는 관련 규제를 대폭적으로 완화했고 세제지원제도도 많이 신설했다. 그런데도 외국인자본 유치가 왜 부진할까. 요즘 국내 특급호텔인 S호텔.C호텔 등에 가보면 외국인 투자가나 컨설턴트가 쉽게 눈에 띈다. 국내 인수.합병 (M&A) 시장정보를 열심히 탐색하고는 있지만 정작 투자 본계약 체결은 많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서다. M&A 실무과정에서 많은 복병을 만나 투자의향을 철회하는 것이다.

얼마전이었다. 외국인투자가 일행이 한국에 도착해 많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제주도 모 호텔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감탄해하며 투자의향서 (Letter of Intent)에 서명했다. 그러나 인수가액결정을 위한 실무협상에서 발길을 돌렸다.

우리 기업인들은 총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가치 접근법에 익숙해져 있어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에 근거를 둔 수익가치 접근법을 선호하는 외국인들과는 근본적으로 기업가치 산출방법이 다른 것이다.

예를 들면 순자산가치가 1백억원이라 해도 그 자산으로부터 벌어들인 순이익이 정기예금이자에도 못 미친다면 그 자산은 수익성이 저조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수익가치 접근법으로는 그 기업의 가치가 1백억원에 훨씬 미달한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의 매도희망가격과 외국인들의 매수희망가격은 큰 차이가 생기며 이러한 가격협상의 난항 (難航) 이 외국인투자 유치가 저조한 원인중의 하나다. 따라서 실무상 가격협상에 임할 때 자산가치보다 미래의 추정현금흐름을 합리적으로 제시해 수익가치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 투자유치가 부진한 둘째 원인은 M&A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고금리의 기회비용 때문이다. 즉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되고 따라서 매도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기업의 가치가 더 하락할 것으로 외국인투자가들이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금리가 높은 채권 등에 투자하고 금리가 하락하면 기회비용이 적어지므로 그때 국내기업인수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 정부측이 언급한 것처럼 금리를 적절한 수준으로 인하해 외국인투자가들을 M&A시장으로 유인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원인으로 회계투명성과 관련되는 사항인데, 예를 들면 과도한 상호지급보증이나 부외 (簿外) 부채의 위험성 때문에 구체적인 실무과정에서 도중 하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외국인투자 초기 단계인 의향서 작성시에는 상호 의견이 일치하다가 막상 구체적인 절차에서는 난항에 부닥쳐 진전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주식양도 (株式讓渡) 방식보다 부채를 매도자가 책임지는 자산 (資産) 양도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외국인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M&A가격협상시 자산가치보다 수익가치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고, M&A시장의 매도측과 매수측의 불균형 해소와 기회비용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적절한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으며, 기업주식양도 방식보다 자산양도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신현장 청운회계법인 M&A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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