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황금종려상 '영원과 하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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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제51회 칸영화제가 오랜만에 유럽영화들이 주요한 상을 휩쓴 가운데 25일 (한국시간) 막을 내렸다.대상인 황금종려상이 그리스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원과 하루' 에 돌아간데 이어 최우수감독상은 '장군' 을 출품한 영국의 존 부어맨감독, 남우주연상도 같은 영국출신 사회파 감독인 켄 로치의 '내 이름은 조' 에 출연한 피터 뮬런에게 돌아갔다.

프랑스는 데뷔감독 에릭 존카의 '천사의 꿈같은 삶' 에 출연한 엘로디 부셰와 나타샤 레니에가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한 것을 비롯, 단편부문 대상과 '수학여행' 의 클로드 밀러감독이 심사위원특별상을 받는 등 3개부문을 차지해 위력을 과시했다. 또 '아름다운 인생' 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로베르토 베니니감독도 이탈리아 출신이어서 유럽의 강세를 확인시켰다. 미국은 두부문에서 수상하는데 그쳤다.

최우수 신인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이 '슬램' 의 마크 레빈감독에게 돌아갔고 미국 독립영화의 기둥인 할 하틀리감독은 '헨리 풀' 로 시나리오상을 탔다.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난니 모레티 (이탈리아) 의 '4월' , '킹덤' 으로 유명한 라스 폰 트리에 (덴마크) 감독의 '바보들' 은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상권에 들지는 못했다.

앙겔로풀로스감독에게 대상이 주어진 건 95년 이 영화제에서 자신이 출품한 '율리시즈의 시선' 이 에밀 쿠스타리차감독 (유고) 의 '언더그라운드' 에 밀려 황금종려상을 놓치고 심사위원 특별상을 타는데 그치자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는 점을 감안한 '거장에 대한 예우' 차원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그러나 '안개 속의 풍경' '유랑극단' 등으로 그리스의 군부독재 시절부터 특유의 영상미학에 사회적인 발언을 담아 온 그의 노력에 대한 보답이라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한편 작년에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감독) 과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감독) 이 황금종려상을 공동수상 하는등 강세를 보였던 아시아권은 올해는 별로 맥을 추지 못했다.

특히 수상권에 들 것으로 전망됐던 대만의 두 감독, 후 샤오시엔 ( '상하이의 꽃' ) 과 차이밍량 ( '구멍' ) 은 어느 한 부문에서도 소득도 올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4편이나 초청받아 기대를 모았던 한국은 단편경쟁부문과 이광모감독의 '아름다운 시절' , 허진호의 '8월의 크리스마스' 가 신인감독상을 노렸으나 무위에 그쳤다.

칸 =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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