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모씨 예멘 납치 피살사건 배후는 누구?

중앙일보

입력

한국인 엄모(34·여)씨가 포함된 예멘 외국인 납치 피살 사건은 누구의 소행일까?

예멘 당국은 이번 사건의 배후와 관련해 예멘 북부 지역에 거점을 둔 시아파 반군 '알 후티' 그룹을 배후로 지목했다.

알 후티 반군은 지난 2004년 6월 지도자였던 후세인 바드르 에딘 알-후티가 정부군에 피살된 이후 정부에 저항해왔으며 현재는 그의 형제인 압델 말락이 반군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현 예멘 정부가 부패했고 서방측과 지나치게 밀착해있다고 비난해왔으며 예멘 정부는 알 후티가 불법 무장단체를 조직하고 반미정서를 선동해왔다며 치안방해죄를 적용하고 있다. 양측은 작년 6월 카타르가 중재한 평화협상에 서명했으나, 긴장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예멘에서 발생한 외국인 납치 사건은 대부분 이들 반군의 소행이었다. 이들은 예멘의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부족들로 수감된 동료 조직원의 석방이나 구호품 지원 등 다른 특정한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외국인을 납치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예멘의 시아파 반군은 인질들을 무사히 석방한 바 있다. 독일 dpa 통신은 "외국인 납치는 예멘 부족들의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대부분 평화적으로 해결됐었다"며 이번 인질 살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은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테러 집단인 알 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알 카에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한 친미 국가의 국적자를 납치한 뒤 잔인하게 살해해왔다. 이번 피살 사건 시신들은 알 카에다 예멘 지부의 은신처가 있는 곳으로 알려진 사다 동부 산악 마을 엘 나수르 인근에서 발견됐다. 또 발견 당시 시신의 얼굴 등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알 카에다는 외국인 납치를 이슬람 국가에 주둔 중인 외국 군대의 전면 철수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이들은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지부와 예멘 지부를 하나로 통합하는 조직 재정비를 마친 뒤 미국의 동맹국을 상대로 '성전(jihad)'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알 카에다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지 않고 있다.

엄모씨는 지난 12일 예멘 북부 사다에서 자신이 속한 국제의료자원봉사단체 '월드와이드 서비스' 단원 8명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연락이 두절된 뒤 3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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