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국민부담 불구 부실금융 정리 앞당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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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재 우리 경제는 금융부실이 기업부실과 맞물려 이어지는 구조적인 악순환을 겪고 있다.금융.외환위기를 초래해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부실채권의 누적으로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대외신인도가 하락해 금융시스템이 자금공급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많은 우량기업이 흑자도산하고 다시 금융부실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빠른 시일 안에 단절하지 않으면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돼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금융부실이 단순히 금융산업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경제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금융구조조정이 빠른 시일 안에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지난 20일 개최된 제6차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50조원 규모의 공공자금을 투입하는 금융구조개혁대책을 마련하고 금융산업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금융구조조정은 회생이 가능한 금융기관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부실채권 매입과 증자지원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금융기관은 조기에 정리하되 금융시장의 불안과 예금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금을 대지급' 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금융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은 일차적으로 금융기관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금융구조조정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금융기관 스스로 일시에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지금과 같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증자나 자구노력에 의한 재원조달이 어렵고 외자도입도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금융구조조정 재원을 금융기관에만 맡길 수는 없다.

따라서 금융구조조정 자금은 금융기관이 최대한의 자구노력을 통해 조달하되 모자라는 부분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북구 3국에서와 같이 재정자금이 많이 들더라도 초기에 금융부실을 신속하게 해결한 경우에는 금융시스템이 조기에 안정되고 전체부담도 최소화한 반면 재정지원을 꺼리고 점진적인 방법을 택한 국가는 오히려 국민부담이 가중되고 경제회복도 계속 지연됐다. 어차피 감내해야 할 고통이라면 힘들고 벅차더라도 국민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 빠른 시일 안에 마치는 것이 전체 고통을 최소화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므로 정부는 국민적 합의와 성원을 모아 금융구조조정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

윤진식 재경 경제부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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