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사조직 선거운동 본격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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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시절 연구모임 멤버, 고교동창회, 향우회 회원들을 개인적으로 동원하고 있어 선거운동에 문제가 없어요. " 경기도 의원 선거에 출마한 K씨는 25일 난생 처음 치르는 선거인데도 여유가 있다.

그의 자신감은 몇개의 '사적인 모임' 덕분이다. 사 (私) 조직. 개정 선거법은 사조직의 범위를 동창회.향우회.종친회 등으로까지 넓혀놓았다.

때문에 K씨의 말처럼 사조직이 없는 후보는 거의 없다. 공조직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벌이지만 사조직은 특정인을 매개로 해 확실한 '표' 를 모으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사조직 전체를 동원하면 법에 걸리지만 사조직 구성원을 개별적으로 소개받아 선거운동원으로 쓸 수 있다. 더구나 IMF체제 아래 치르는 선거를 유권자들이 외면하고 있어 사조직의 존재가 두드러지고 있다.

사조직 붐이라고 할 만하다. 사조직은 선거 경험이 없는 후보들의 의존도가 크다.

공조직보다 응집력도 강하고 선거운동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반면 그런 점에서 사조직은 금권선거의 주범으로 항상 의심을 받는다.

모 국회의원은 96년 4.11 총선때 법정선거비용의 10배가 넘는 13억7천만원을 썼으며, 사조직 가동비로 1억2천만원을 지출했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중앙선관위 박기수 (朴基洙) 선거관리관은 "사조직을 통한 선거운동은 은밀하게 이뤄지므로 주로 돈이 매개가 된다" 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출마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사조직 유사단체 7천4백47개를 파악해 감시활동에 들어갔다. 물론 파악된 단체에는 향우회.동창회 등이 포함된 만큼 모두 불법 사조직은 아니다.

다만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활용될 경우 단속대상이 된다. 사조직의 선거운동을 단속하기는 그만큼 어렵다.

조직적인 움직임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 물밑에서 후보와 조직원간에 1대1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같은 사조직의 폐해는 선거 후에도 심하다.논공행상 과정에서 사조직 가담자들이 낙하산 인사 등으로 당선자 주변에 포진한 사례도 많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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