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금융부실 책임 철저히 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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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주엔 주목할 만한 두가지 일이 있었다. 첫째는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50조원의 공채를 추가로 발행키로 결정한 일이고 또 하나는 1분기 성장률 발표다.

본지는 일찍부터 위기상황에 놓인 국가경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금융구조정이 최우선 과제이며 그 해결은 결국 재정을 통해서 하는 수 밖에 없음을 주장해왔다. 누군들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지울 일을 원하겠는가.

하지만 경제의 혈맥 (血脈) 이라 할 수 있는 금융메카니즘이 망가진 경제란 반신불수 (半身不隨) 인 것이며, 금융메카니즘의 회복은 결국 방대한 금융부실을 먼저 처리하지 않고서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유일한 해결책으로 재정투입을 통한 부실정리를 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유의할 것은 어차피 들어갈 재정이라고는 하도 이로 인해 앞으로 여러해 국민에게 지워질 부담을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문제다.

여기에는 들어간 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아울러 꼭 이뤄져야할 것은 분명한 책임추궁이다.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반국민들의 세금을 퍼붓는 마당에 부실덩어리 금융기관과 부실의 원인을 제공한 기업, 나아가 주주들이 모든 법적 책임 - 그 것이 1백% 감자 (減資) 나 구상권 (求償權) 행사에 따른 재산상 손실이건, 인책사퇴나 대규모 감원같은 인사상 불이익이건, 또는 범법사실에 대한 형사처벌이던 - 을 추궁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법 이외의 감정적 처벌은 경계해야하지만 적어도 법테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추궁이 이뤄지지 않고서 국민부담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란 점을 정부가 명심해야함은 물론 국민들도 함께 감시해 나가야만 한다.

지난 1분기의 성적표는 어느정도 예상은 했던 것이긴 하지만 실로 참담했다.

3.8%란 마이너스 성장의 폭도 예상보다 큰 것이었지만 사상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한 소비와 투자관련 지표는 더욱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감속성장이란 결국 취업.급여등 고용여건이 당분간 불리한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하므로 이에 따른 사전대비는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주 주목되는 것중 하나는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의 개정작업이다.

정부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 를 막기 위해서라도 고액예금에 대해서는 원금만, 소액예금도 원금과 이자의 일부만 보장한다는 방침을 굳힌듯 하다.

금융기관별로 다른 금리는 기본적으로 위험도를 반영한 것이며 고금리를 원한다면 그에 따른 고위험도 져야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잡은 방향은 옳다.

이런 새 제도는 내달부터는 적용될 가능성이 크므로 앞으로는 안전성을 따져보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박태욱 (경제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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