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떠오르는 위란토 국방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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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 프라보위 전략사령관이 22일 해임됨으로써 인도네시아 최대 권력집단인 군부는 위란토 국방장관 체제를 확고히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위란토 국방장관은 군부내 최대 라이벌인 프라보위를 제거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군부내 최고 지도자로 올라섰으며 향후 하비비 주도의 정국 전개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실상 친 수하르토 세력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돼 오던 프라보위 전략사령관은 군내부에서 최근의 사태와 관련해 위란토와 갈등을 빚었던 강경파 인물. 그의 움직임은 그동안 군부, 나아가 인도네시아 정국안정과 관련해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그러나 병력 2만명의 인도네시아군 최고 정예부대를 이끌던 프라보위가 사실상 권력 핵심에서 물러남으로써 인도네시아 군부는 위란토의 '1인 체제' 하에 들어간 셈이다.

또 새 대통령에 취임한 하비비도 군부내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친위세력이 제거됨으로써 당분간 체제안정을 유지하면서 정치개혁과 경제안정 등 현안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란토는 군부내의 온건.개혁성향을 지닌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 사태가 5월 들어 악화되자 대학생들과의 대화를 제안하는 한편 일부 개혁 요구를 수용할 뜻을 비치기도 했다.

또 시위 진압 방법에서도 프라보위 전략사령관이 강경진압을 주장한 반면 그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을 내세웠다. 실제 군내부 서열 4위이자 그의 심복으로 알려진 밤방 수요보노 사회.정치담당 참모장은 그를 대신해 일부 재야 지식인 그룹과 물밑 접촉을 활발하게 벌여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란토는 하비비 현 대통령이 정국불안과 실업률 등 숱한 현안들을 해결치 못하고 중도 하차할 경우 그를 대신할 가장 유력한 인물로 떠올랐다.

유광종 기자 〈kj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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