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악재 첩첩…경제회생 아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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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경제전망은 아직 낙관할 수 없다. 수하르토의 하야로 정국불안은 다소 진정돼 가고 있다 하더라도 경제위기를 타결하기엔 곳곳에 심각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는 인도네시아 경제가 단지 폭동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갔음을 의미할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제 상황은 오히려 지난해 외환위기때보다 더 심각해졌다.

지난해 7월 달러당 2천루피아 선이었던 통화가치가 1만루피아 수준까지 떨어졌다. 군중시위로 5백여개의 은행이 습격당해 금융시스템은 거의 마비상태다. 정상을 되찾으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건국 이후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쌀 생산량이 급감, 기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게다가 식료품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던 화교 (華僑) 들이 국외로 탈출해 식량 공급망이 끊어져 앞으로 쌀 부족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환율 때문에 식량수입 역시 여의치 않다.회생의 관건을 쥐고 있는 국제금융기관들의 반응도 아직은 냉정하기만 하다.

국제기관들이 지원 재개를 결정하더라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외국 채권단이 악화된 경제상황을 들어 채권 만기연장에 과거보다 더 혹독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의 외국인 기업유치도 거의 불가능해졌다.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외국인 투자도 중단되거나 유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한국.일본.프랑스.영국 기업들이 수하르토 하야 발표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본을 속속 회수하고 있다.

특히 수하르토 일가가 장악해온 자동차.정보통신.발전소 건설 등에 참여해온 기업들은 수하르토 일가의 운명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사업계획을 재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은행의 드 트레이 인도네시아 사무소장은 "경제가 외환위기 이전상태로 회복되려면 적어도 몇년은 걸릴 것" 이라고 21일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 일부이긴 하지만 인도네시아 경제가 수하르토 하야를 고비로 느리지만 확실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22일 인도네시아가 과감한 개혁조치로 국제사회의 신인도를 회복한다면 장기적인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의 싼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 무한한 지하자원 등은 아시아 어느 국가에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새 정부가 확고한 경제개혁 의지를 가지고 물가와 환율을 잘 잡을 경우 경제재건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김영훈 기자

〈fili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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