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17년만에 밑지는 장사…금융비용 부담 크게 는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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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들은 1천원어치 물건을 팔 때마다 3원씩 손해를 봤다. 지난 80년 이후 17년만에 처음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감원이다, 경비절감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원가를 열심히 줄여 나간 덕분에 영업수지는 상당한 흑자를 냈으나 1천원 매출에 64원꼴인 막대한 금융비용과 외환위기에 따른 환차손 탓에 이를 몽땅 까먹고도 모자랐던 것이다.

한국은행이 매출 15억원 이상 4만여개 업체중 3천1백20개 표본회사를 조사.분석해 20일 발표한 '97년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제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증가율은 11.0%로 전년 (10.3%) 보다 오히려 높았고,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8.3%로 전년 (6.5%) 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연말 환율폭등으로 매출액 대비 환차손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인 3.1%로 높아진데다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 부담률도 전년 5.8%에서 6.4%로 상승해 전체적 수익성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제조업의 지난해 환차손 평가액은 96년 1조3천여억원의 9배를 웃도는 무려 12조7천여억원. 이에 따라 영업이익에서 이러한 금융비용.환차손 등을 뺀 경상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96년 1.0%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0.3%로 미끄러지면서 지난 80년 마이너스 0.18%기록 이후 처음 적자를 냈다.

순수 영업실적인 영업이익률 (8.3%) 이 미국 (7.4%).대만 (7.3%).일본 (3.6%) 등 주요국을 능가했는데 수익성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을 볼 때 국내 제조업체의 금융비용이 얼마나 과중한지를 가늠케 한다.

이를 입증하듯 제조업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3백96.3%에 달해 96년 3백17.1%보다 크게 높아졌고, 차입의존도도 47.7%에서 54.2%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부채비율은 일본 (1백93. 2%) 의 2배, 미국 (1백53.5%) 의 2.6배며 우리와 곧잘 비교되는 대만 (85.7%) 의 4배를 넘는 것이다.

이성태 (李成太) 한은 조사부장은 "고용조정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금융비용을 줄여 나가는 게 수익성 향상을 위해 한층 시급한 과제" 라고 진단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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