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협조융자 합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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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동아건설의 처리방향이 '회생' 쪽으로 공식화됐다. 그동안 채권은행들은 김포매립지의 용도변경이 해결되지 않아 결단을 내리지 못해왔다.

그러나 18일 소집된 은행장회의에서는 이 문제와 관계없이 협조융자를 주기로 했다. 이에 앞서 서울은행등 주요 채권은행장들은 동아건설을 부도내면 곤란하다는 정부의 의중을 최종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은행들이 단일건으로 최대규모인 6천억원의 협조융자에 합의하기까지는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거쳤다. 은행에 돈이 모자라는 판에 생돈을 또 부어주는 것이 일단 부담스러웠다.

정부도 딱 부러지게 사인을 주지 않은채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왔다.더구나 김포매립지 용도변경에 대해 농림부가 강경입장을 보이는 바람에 은행들은 정부의 의중을 알아내기가 더욱 어려웠다.

한보사태 때와는 달리 정치권에서도 전화 한 통화 오지 않았다고 한다.여기에다 협조융자에 대한 여론의 비판도 걸렸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협조융자로 방향을 잡은 것은 부도를 내는 것은 뒷감당이 더 어렵다는 판단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감독위원회는 부도기업은 즉시 정리한다고 원칙을 세운터였다.

부도 즉시 동아건설에 대한 4조4천억원의 금융권여신은 모두 부실채권으로 바뀐다. 동아건설 정리과정에서 채권은행들이 공멸 (共滅) 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3만5천세대에 달하는 임대주택 건설사업도 '부도는 곤란하다' 는 쪽으로 결론을 몰아갔다. 이헌재 (李憲宰) 금감위원장이 이날 채권은행장 회의에 앞서 "동아건설을 부도내면 모두가 잃는 게임 (losers'game) 이 된다" 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앞으로 은행들은 특혜시비를 불식시키고 적극적인 채권회수방안을 강구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그냥 돈을 지원해 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최원석 (崔元碩) 회장을 경영에서 완전 배제시킨뒤 은행관리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채권은행들은 다시 회의를 열어 출자전환에 대해 본격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은행이 주주로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정상화시킨뒤 매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부실기업 정리의 새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윤호 기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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