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방부의 NLL대응 적절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 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대한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 사건을 놓고 혼선이 빚어져 우려스럽다. 처음엔 북 경비정이 우리 측의 무전교신에 응답하지 않은 채 침범했다더니, 16일엔 북한 측이 응답했으나 해군이 이를 접수하고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번복 발표됐다. 해군 관계자들은 당시 대응엔 잘못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누구 말이 맞는지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국방부는 북한 경비정이 세차례 응답한 대목을 강조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함으로써 우리 측이 과잉 대응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해군 관계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다섯차례에 걸친 우리 측의 경고방송 및 무전교신에 아무런 응답이 없다가 뒤늦게 '중국 어선이 앞에 있다'는 지극히 모호한 내용을 타전했다고 주장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는 북측의 성실한 합의 준수로 보기 어렵다. 특히 북의 송신내용이 알려진 시점도 2함대사령부의 발포명령 직후라고 한다. 북한 경비정이 우리 측의 경고.교신을 무시한 채 NLL을 멋대로 침범했다면 매우 급박한 상황이다. 최일선을 지키는 군부대로서 경고사격을 가한 것은 군 교전수칙에 따른 당연하고도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우리 해군의 과잉대응이 명백하다면 마땅히 엄중 문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남북의 대치지역에서 쓸데없는 긴장을 부른 자체가 극히 위험한 일인 데다, 남북 화해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군의 행동이 올바른 것이었는데도 국방부 발표처럼 격려는커녕 질책을 하는 식이라면 큰 잘못이다. 최전선을 지키는 군인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정작 비상사태를 맞아 최전선을 철통같이 지켜야 할 군인들이 머뭇거리는 상황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의 교란전술에 군 지휘부가 놀아난 것은 아닌지 되새겨보기 바란다. 큰 틀의 남북 화해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분위기가 최전선에서의 안보 해이로 이어지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된다. 북측의 타전 사실에 대한 해군의 보고 생략 부분은 별개로 점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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