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인도네시아 현지 한국기업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인도네시아의 유혈 소요사태로 현지에 진출한 기업중 상당수가 공장을 휴업하거나 지사를 잠정 폐쇄하는 등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현지 한인회 (韓人會) 는 대사관과의 협의를 통해 15일 한국업체에 휴업 권고문을 발송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1백90여 국내 업체들은 현지 관공서와 금융기관이 문을 닫아 공장과 지사운영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공장설비 등의 방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국내 본사는 주재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호텔 등으로 대피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시위대들의 공장 방화 가능성에 대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을 현지 지사에 지시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LG전자는 자카르타 외곽 도시에 운영중인 3개 공장 가운데 현지 근로자 일부가 시위대에 가세하며 빠져나간 가전제품과 펌프공장 2곳을 15일부터 잠정 폐쇄하고 10여명의 주재원 가족들은 가까운 호텔로 대피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상황이 더 악화되면 현지 대사관측과 협의해 인근 국가로의 탈출을 계획하고 있다" 고 말했다.

(주) 대우.삼성물산 등 종합상사들은 현지 지사장의 판단아래 근무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폐쇄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종합상사는 자카르타시내가 불길에 휩싸이면서 바이어 접촉 등 정상업무에서 손을 놓은채 사무실만 지키는 실정이다.

현대건설.쌍용건설은 공사를 중단하고 직원들의 철수를 시작했으며, 삼익가구 등은 시위대의 급습에 대비해 공장방어 대책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달리 봉제업체 등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특별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못한채 인도네시아 정부의 개입으로 사태가 호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관련업계는 소요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현지 투자공장의 경영압박과 함께 양국간 수출입이 사실상 마비되는 등 국내경제에도 적지않은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지진출 공장의 제3국 수출도 선적과 하역업체 근로자들의 소요가담으로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 들여오는 고무.원유.목재 등의 수입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게다가 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 (외채지불 중단) 을 선언할 경우 금융기관 등이 빌려준 막대한 규모의 채권회수가 요원해져 외화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 금융기관의 인도네시아 채권은 지난 1월말 현재 모두 55억달러로 ▶은행 35억6천만달러 ▶종금 10억3천만달러 ▶리스 7억달러 ▶증권.투신.보험 1억9천만달러 등이다. 이중 10억달러는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이어서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올 1~3월중 인도네시아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나 줄어든 4억2천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고윤희·유권하 기자

〈y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