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하나되는 투명한 시설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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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유치지역을 일본 도요타시처럼 만들겠다.”

올 초 설립된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의 민계홍(60·사진) 초대 이사장의 꿈이다. 일본의 고모로시가 1959년 도시 명칭을 바꿀 만큼 도요타자동차가 사랑을 받았듯, 방폐물관리공단도 방폐장 유치지역 주민과 한 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 이사장의 이 같은 소신은 그의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졌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30년 넘게 원자력발전과 방사성폐기물 처리 사업을 담당했다.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 건립이 19년이나 표류하면서 무려 3400억원이 허비된 과정도 똑똑히 지켜봤다. 국력과 국고 낭비 없이 방폐물 저장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국민의 이해와 만족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몸소 체험하며 깨달은 것이다.

우선 시작한 일이 지역주민을 사원으로 적극 채용하는 일이다. 단순히 가산점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채용인원의 20%를 할당했다.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짓고 있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 공사 가운데 70억원 미만 공사는 경주지역 업체만 입찰할 수 있게 했다. 공사장에 투입된 인력의 32%가 이 지역 주민으로 채워졌다.

민 이사장은 이 같은 원칙을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다. 사실 경주 방폐장에 저장되는 물질은 원전이나 병원에서 나오는 작업복·장갑처럼 그다지 위험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는 사정이 다르다. 사용후 핵연료는 풀루토늄을 추출해 연료로 재활용할 수도 있고, 땅에 묻을 수도 있다. 민 이사장은 “민주적인 절차를 지키면 민감한 사안도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게 그간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결론”이라며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다시 세계인이 부러워할 국민적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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