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윈도98 내달 발매, 또 발목잡는 '버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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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95년 8월24일 0시. '윈도95' 를 발매하는 워싱턴의 한 대형 컴퓨터 매장. 매장안에 있던 수백명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 시계가 정확히 자정을 가리키는 순간 사람들은 앞다퉈 박스를 집어들고 계산대로 몰려들었다. 이날 대형 컴퓨터 매장들은 영업시간을 새벽까지 연장했고 방송들은 모두 '윈도95' 의 시판을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적어도 이날 하루 미국을 움직인 사람은 빌 게이츠였다. 98년 4월20일. 미 시카고의 윈도98 시연회장.

빌 게이츠가 자신만만하게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한 직원이 '윈도98' 을 스캐너에 접속시키자 컴퓨터가 갑자기 다운돼버렸다. 당황한 직원은 부라부랴 다른 컴퓨터로 바꿔 작동을 재개했지만 장내에서는 탄성과 폭소가 터져나왔다.

게이츠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아직도 해결해야 할 버그들이 있다' 고 변명했다. 미 마이크로소프트 (MS) 사의 새 운영체제 (OS) 윈도98은 전세계에서 1억5천만개나 팔린 윈도95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MS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95년 당시와 달리 오는 6월25일 출시될 윈도98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단순한 '버그' 의 문제가 아니라 'MS의 적' 들이 연합전선을 결성,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사는 12일 윈도98에 사용된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 가 원 (原) 개발자인 자사의 자바와 호환성을 갖도록 법원이 강제명령을 내려달라고 샌호제이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MS가 자바를 부당하게 수정, 윈도98에 사용해 오리지널 자바와 호환이 되지 않도록 하는 등 저작권 침해 및 부당 경쟁행위를 저질렀다는 것. 이로 인해 오는 15일 컴퓨터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윈도98 배포 이후 다음달 공식 발매를 하려던 MS의 계획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선측의 제소는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반 (反) MS운동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선은 MS에 대해 자바를 웹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 (IE)에 부당하게 수정해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미 법무부도 MS가 IE를 윈도95에 끼워 팔았다는 이유로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지난 1월 법무부와 MS가 타협안을 마련하는 등 일단 고비를 넘기는 듯했으나 이달 초 미 13개 주정부의 법무장관들이 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 MS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과거 윈도95에 집중되던 반MS의 물결은 출시가 눈앞에 다가온 윈도98로 돌아가고 있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MS의 장래를 놓고 지나치게 거대한 MS를 쪼개야 한다는 분할론, 규제강도를 높이라는 규제론, 시장경제에 맡기자는 자유방임론 등 의견들이 분분해 윈도98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잇따른 소송으로 MS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데다 미 소비자운동의 기수 랠프 네이더가 지난해 반MS운동을 선언하는 등 윈도98의 행로는 '산넘어 산' 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MS측은 윈도98에 대해 ▶훨씬 빨라진 동작속도 ▶단순하고 쉬운 인터넷 사용 ▶새로운 하드웨어에 대한 적응력 등을 꼽고 있다. 반면 "윈도95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혹평도 들린다.

윤석준·김원배 기자

〈da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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