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북한 방문 성균관대 정범진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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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달 29일 국내 대학 총장으로는 최초로 북한을 방문, 고려성균관과 자매결연 및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초청 등의 열매를 거두고 지난 5일 귀국한 성균관대 丁範鎭 (63) 총장. 丁총장은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북한 대학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공식적인 학술교류의 물꼬를 트게 됐으며 1천년 성균관의 역사를 찾았다" 고 성과를 설명했다. 다음은 丁총장과의 일문일답.

- 구체적인 방북 (訪北) 활동은.

"방문 첫날 孫영철 북한방송대 부총장이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 북한 고위 교육관료들과 인사를 나눴고, 지난달 30일 북한교육위원회 간부들과 만나 고려성균관과의 자매결연에 협조한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3일 고려성균관 총장과 자매결연 조인식을 가졌고 4일엔 김일성 종합대학을 방문했습니다. "

- 고려성균관과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서울로 초청하셨는데.

"성균관대는 올해로 설립 6백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로 9월23일부터 28일까지 세계총장학술회의를 개최합니다. 옥스퍼드대.도쿄대 등 명문대학 총장을 초빙하는 자리에 고려성균관 金효관 총장과 김일성종합대학 朴관오 총장을 초청하게 된 것입니다."

- 실제로 방문이 이뤄질 것 같습니까.

"두 총장은 초청에 응할 의사를 보였습니다. 남북간의 정치적 상황에 좌우될 문제이긴 하지만 성사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고려성균관과의 교류계획은.

"고려성균관이 새로 대학 건물들을 짓고 있는데 재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제적인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또 정확한 규모를 정하지는 못했지만 올 9월안에 컴퓨터 등 교육기자재를 제공키로 했습니다. 그 뒤 총장 방한 (訪韓) 이 이뤄지면 공동학술회의, 교수.학생 교환 등을 추진할 것입니다. 실질적인 학술교류는 2000년께나 이뤄질 것 같습니다."

- 어떤 분야에 학술교류가 이뤄집니까.

"고려성균관은 인삼.도자기.섬유 등 특화된 대학입니다. 특히 고려인삼의 전통을 이어 인삼에 대한 연구가 축적돼 있습니다. 본교의 약학과가 이 부분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방북 추진배경은.

"지난 94년 우연히 책자를 뒤지다 고려성균관이 1천년 넘게 성균관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뒤 학술교류 등을 염두에 뒀지만 북한 핵문제.잠수함 남파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돼 계획을 접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말 새 정부가 민간차원의 교류를 장려한다고 발표해 방북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 학술교류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이 예상되는데.

"남북한 관계를 악화시키는 악재 (惡材)가 나타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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