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 왕위전]차수권 4단 - 목진석 4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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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누구의 착각인가

제2보 (20~36) =프로기사들은 흔히 '토너먼트 기사' 와 '보급기사' 로 나뉜다. 토너먼트기사란 승부로 생활을 영위하는 기사를 말한다.

신예들은 누구나 이창호를 꺾겠다는 푸른 꿈을 갖고 있으므로 성적이 좋든 나쁘든 다 토너먼트 기사다.가정을 이룬 뒤에도 대국료나 상금만 가지고 생활하려면 1백50명 프로중에서 적어도 랭킹20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대개의 프로기사는 지도나 해설.후진양성 등을 통해 살아가는데 이들을 일러 보급기사라 한다.

TV해설이나 강의 등을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승부가 약해진다. 마음으로 승부를 포기한 일이 없는데도 점점 약해진다.

바둑돌을 놓는 정성이 부족한 탓일까, 아니면 승부의 긴장감이 줄어든 탓일까. 올해 42세의 車4단은 일산에서 바둑교실을 하고 있고 바둑TV에서 해설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말하자면 대표적인 보급기사요 '해설용' 기사다.

車4단은 그러나 돌연 왕위전 본선에 올라 '해설자가 되더니 실력이 더 는 것 아닌가' 하는 평가마저 받았다. 정말 그렇다면 대단한 일이지만 아쉽게도 조훈현.최명훈을 만나 현재까지는 2연패. 흑로 다가서자 車4단은 백20으로 젖혀갔다.

서서히 둘 수도 있지만 車4단은 기세를 존중하는 스타일. 하지만 그다음의 24가 검토실을 깜짝 놀라게 한 초강수였다. '가' 의 한칸이 보통인데 車4단은 이것이 느슨하다고 보고 곧장 승부를 서두른 것이다.

睦4단이 즉각 25로 양분하자 판위엔 때 이르게 긴장감이 감돈다.

26으로 젖혀 협상을 시도했으나 이번엔 睦4단이 27로 뻗어 강경하게 타협을 거부한다. 車4단의 노림은 32로 나와 36으로 끊는 것. 이 노림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는 28, 30, 34로 줄기차게 밀고 睦4단은 한번 끊어보라는듯 태연히 실리를 챙기고 있다.

과연 누가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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