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팀 탈락 윤정환 "내 스타일 찾을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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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젠 축구를 즐기겠다. " 월드컵대표팀에서 탈락한 테크니션 윤정환 (25.부천 SK) 이 특유의 감각축구를 되찾기 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그의 훈련방법은 자신을 더 채찍질하는 '와신상담' 형이 아니라 축구와 하나가 되며 즐기는 '축구일체' 형이다. 윤정환은 5일 아디다스코리아컵 결승을 치르고 꿈같은 이틀간의 휴가를 받았다.

부인 이효영 (25) 씨와 결혼 후 처음으로 함께 영화를 보고 외식도 즐겼다. 그러나 이튿날인 7일 윤은 텅 빈 SK 연습장을 찾아 웨이트 트레이닝과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윤은 "마음이 홀가분해지니 훈련이 휴가처럼 즐겁다" 며 미소를 지었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환상적인 패스를 선보이며 대표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던 그는 97년 무릎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올 1월 재발탁됐으나 예전의 기량을 보이지 못해 차사단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작은 실수를 해도 벤치에 앉은 차감독의 눈치를 살피는 등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윤이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자 차감독은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그를 탈락시켰다. 황선홍 - 윤정환 - 홍명보의 중심선을 구상했던 차감독으로서는 '읍참마속' 의 선택이었다.

전문가들은 "감각축구에 뛰어난 윤정환이 수비와 정형화된 임무를 중시하는 차감독과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고 평한다.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차사단의 전술에 튀는 스타일의 윤이 발붙일 자리가 없었던 것. 대표팀에서 기가 죽은 윤은 대표팀 3개월 동안 몸무게가 66㎏에서 63㎏으로 줄었다.

윤은 "프랑스에 가지 못해 아쉽고 팬들에게도 죄송하지만 SK팀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 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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