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정국]강경식 체포동의안 제출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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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역의원인 강경식 (姜慶植) 전부총리에 대한 체포동의안 제출은 구 정권의 경제실정에 대한 신 정권의 단호한 의지표명이자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회심의 카드라 할 수 있다.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는 "환란 (換亂) 의 원인이 무엇이며 누가 책임자인지를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히기 위한 정치적 결단" 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역의원에 대한 회기중 구속이 몰고올 정치적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지만 고심끝에 단안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여권 내부에선 오래전 체포동의안 제출 방침을 굳혔으면서도 실행에 옮기기까지 고민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여소야대 구도 속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여권이 입게 될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도 망설였던 체포동의안을 강행하는데 따른 정치적 부담도 만만찮기 때문이다.6대 국회 이후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것은 2건으로, 86년 '국시 (國是) 파문' 의 유성환 (兪成煥.전 신민당.12대) 의원과 은행대출압력으로 공갈죄 혐의를 받은 박은태 (朴恩台.전 민주당.14대) 의원. 하지만 정치적 사안으로 체포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兪전의원 사건 이후 12년만에 처음이어서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사실 여권은 환란의 본질이 최근 변질돼가는데 강한 불만과 우려를 표출해왔다.

지난 5년간 집권세력은 김영삼 전대통령과 한나라당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측이 환란 책임을 국민회의에 입당한 임창열 전부총리에게로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金전대통령이 표적수사를 주장하며 林전부총리 공격에 가세한 것은 신 정권을 흔들겠다는 의도라는 판단이다.

때문에 여권으로선 정면돌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고, 姜전부총리에 대한 회기중 체포동의안 제출을 카드로 내밀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대선에 이어 6.4 지방선거에서도 환란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만큼 환란의 진정한 원인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두겠다는 계산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여권 핵심부가 체포동의안 제출이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국론 결집의 계기가 될 것" 으로 공언하고 있다는 점이다.정부조직 개편에서부터 총리 임명동의안.선거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수적 열세로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여권이다.

그럼에도 주도권 장악을 공언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을 금명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이자 명분있는 체포동의안을 처리해 정국을 주도하는 강한 여당으로 변신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문일현 기자 〈muni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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