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오치균, 7일까지 '사계절 자연'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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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짓이겨놓은 물감 밖에는 아무 형상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면 이 물감덩어리는 어느덧 하나의 풍경을 이루면서 한 발짝씩 내게로 다가온다.

시간을 멈추면서. 풍경화라는 이름이 주는 푸근함은 애써 외면하면서 소외와 고독, 황량함 같은 현대인의 정서를 도시풍경 속에 담아온 오치균 (42) 씨. 도시의 활력보다는 나른한 오후의 무기력함이 지닌 매력을 흐릿한 화면으로 담아온 오씨가 이번에는 자연으로 눈을 돌렸다.

뉴욕 설경 (雪景) 을 위주로 한 지난해 개인전과 달리 7일까지 서울 청담동 신세계가나아트 (02 - 514 - 1540) 와 대구 맥향화랑 (053 - 421 - 2005)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사계절을 네 가지 빛으로 그려낸 작업 4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봄비, 파릇한 녹색 여름, 부석사 단풍, 영동 설경. 어쩌면 상투적일 수 있는 풍경화 소재를 그만의 몽롱함으로 독특하게 풀어냈다. 붓이 아닌 손으로 물감을 걸쭉하게 발라서 두터운 질감을 내는 임페스토 기법이 여전히 그의 작품에 남아 다른 풍경화와 차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색의 물감이 겹쳐지면서 만들어내는 색은 은은한 빛으로 변해 화면 속을 관통한다.

이번 전시에는 인사동이나 가회동 풍경처럼 거대도시 서울의 일부를 담은 작업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주류는 작업실 주변인 경기도 광주군을 그린 '전원일기' 를 비롯해 소나무나 단풍.겨울산 같은 자연 그대로 모습을 담은 것들이다. 분명 자연을 그렸음에도 느낌은 도시적이다. 바로 이 점에서 자연까지도 도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오치균만의 작품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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