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젊은이 우경화되고 있다? 일시적 현상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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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파동에서 알 수 있듯 과연 일본에선 ‘민족주의’나 ‘애국심’이 최근 고조되고 있는가? 일본의 우파는 “최근 젊은이들의 애국심이 희박해지고 있다”고 걱정한다. 역사 왜곡 시도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좌파의 ‘자학 사관’ 탓에 젊은이들의 애국심이 형편 없어졌다는 논리다. 일본의 좌파는 전혀 다른 시각이다. “최근 젊은이들의 배타적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의 좌·우파가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놓고 정반대의 현실 인식을 하며 서로 걱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연 일본 애국심 논쟁의 진실은 무엇일까.

지난 4일 한국학술연구원(이사장 박상은)이 주관한 ‘한·일 양국 민족주의 분석과 평가’ 국제 심포지엄에선 색다른 견해가 나왔다.

기타다 아키히로(北田曉大·사회정보학·사진) 일본 도쿄대 교수는 “일본에서 ‘애국심 논쟁’에 관한 한 좌파도 우파도 잘못된 현실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6년 일본 아사히 신문이 실시한 ‘애국심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70세 이상의 응답자 중 90%가 ‘애국심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고, 이 비율은 젊은 층으로 내려갈수록 낮아졌다. 기타다 교수는 “1973년 NHK가 실시한 ‘일본인 의식조사’에도 당시 젊은이들의 애국심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았다”고 지적했다. 애국심은 젊은층에서 낮게 나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강화되는 추세로 보는 게 더 사실에 부합할 수 있다. 일본 우파의 주장은 통계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젊은이들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커지고 있다”는 일본 좌파의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한다. 기타다 교수는 “2006년까지로 한정해 보면 일본에서 지난 20여 년 간 ‘애국심’을 남들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이 50% 전후로 일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6년 이후 20대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일본인의 애국심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기타다 교수는 일본 사회 젊은이들의 ‘우경화’나 ‘애국주의’ 바람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2006년 전후로 매스 미디어에서 ‘애국심’ 담론이 널리 퍼지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애국심의 비율도 높아진 셈이란 해석이다. 단순한 ‘미디어 노출 효과’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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