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택배업계 때아닌 ‘주차위반 딱지’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요즘 택배업계에서는 이색적인 ‘주정차 위반 스티커 논쟁’이 한창이다.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 택배차는 배달 때 ‘공무수행’이라는 명분으로 주정차 위반 딱지를 거의 떼지 않지만 민간 택배차는 자주 스티커를 발부받는다고 업계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개인이 우체국 택배 업무를 대신하는 지입차량까지 ‘공무수행’이라는 표지를 붙이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주정차 위반 땐 어떤 경우에도 딱지를 떼고 벌금(보통 4만원)을 다 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택배업체 관계자는 “우체국 택배차에 대해서는 주정차와 관련해 구청 등 행정기관에 협조를 구해 단속원이 딱지를 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요즘 민간 택배업계는 “정부기관인 우체국 택배가 각종 특혜를 받으며 불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볼멘소리다. 우정사업본부는 지식경제부 내 정부 조직이다. 택배업체는 2000년대 초 200여 곳에 이르렀지만 대부분 경영 악화로 최근에는 15곳 정도로 크게 줄었다. 택배시장의 절반가량은 대한통운·한진택배·현대택배·CJ GLS 등이 차지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의 결과는 가격을 크게 떨어뜨렸다. 2002년 박스당 3800원 하던 택배 가격이 계속 떨어져 올해엔 2300원 수준이다. 대부분의 택배업체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체국 택배가 정부기관의 공공성을 앞세워 ‘공정한 게임의 룰’을 어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택배시장 물량은 그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03년 4억 상자였던 물량은 지난해 10억 상자를 돌파했다. 택배 운전자들의 하루 배송 물량도 2004년 100상자 정도였으나 현재 130∼150박스로 늘었다. 이에 따라 배달 차량를 증차해야 하는 상황인데 우체국 택배는 특혜가 존재한다고 민간업자들은 주장한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8t 이상의 수송차량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화물차 신규면허 발급이 중단됐다. 그런데 1∼1.5t이 대부분인 민간 택배차량에까지 신규면허 발급이 중단됐다. 그러나 우체국 택배는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적용을 받아 증차 제한에서 벗어나면서 물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우체국 택배 측은 “정부기관인 만큼 계획을 만들고 예산에 반영한 다음 국회에서 승인을 받으려면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우리도 증차하기가 쉽지 않다”며 “민간업체들은 그간 개인 지입차량을 이용해 늘어나는 물량을 해소했다”고 반박했다.

우정사업본부의 김병완 소포사업팀 사무관은 “민간 택배업자들은 매년 10% 성장을 하고 있지만 우체국은 8%대에 그치고 있을 정도”라며 “오히려 민간 택배업자들이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시장을 혼란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50원짜리 우표를 붙이면 낙도와 오지 등 전국 어디든지 우편물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민간기업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