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개발에도 원가 개념을 접목할 때가 왔습니다.무한정 돈을 쏟아 부으며 개발만 하던 시대는 지났어요. 적은 돈을 들여 얼마나 빠르게 개발하고 생산성을 높이느냐가 반도체사업의 승부를 가르게 된 것이지요. " 94년 2백56메가D램 반도체 시제품을 개발한데 이어 지난달말 첫 상업생산을 이뤄낸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황창규 (黃昌圭.45) 소장은 "2백56메가D램 반도체를 기존 생산라인에서 만들 수 있는 양산기술을 개발한 것이 가장 큰 특징" 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새 반도체를 생산하는데는 설비투자가 통상 2조원가량 들어간다" 며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투자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비를 절감하고 반도체산업 재도약의 계기를 만든 것이 보람" 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1세기 반도체' 로 불리던 2백56메가D램을 다른 외국 경쟁업체보다 1년여 앞당겨 조기에 생산함으로써 컴팩 등 메이저 외국 컴퓨터업체로부터의 반응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黃소장은 이와 관련, "최근 들어 컴퓨터업체들이 신종 시스템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정보처리속도가 빠른 반도체의 개발을 요구하는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며 "이번 2백56메가D램 생산은 그들의 요구보다 한발 앞서 이뤄낸 것" 이라고 강조했다.
黃소장은 특히 "지난해말 이미 메이저 컴퓨터업체들에 칩 사이즈가 다소 큰 2백56메가D램을 샘플 출하해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64메가D램 크기 (가로 1㎝×세로 2㎝) 와 똑같은 이 제품의 시장성에 대해선 확신한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대만 등 경쟁국 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더 벌려놓으면서 2000년대에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국제 메모리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黃소장은 또 "이번 생산을 계기로 2년여 뒤에는 삼성전자가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체중 매출수위 고수는 물론 비메모리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도 인텔.일본전기 (NEC) 와 함께 '반도체 빅3' 안에 진입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96년에 개발한 1기가D램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접목한 복합칩 형태로 제품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삼성은 메모리 기술에서 한걸음 앞서 있는데다 이미 알파칩 등과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도 상당히 축적하고 있으므로 이 제품의 상용화도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89년 입사한 黃소장은 삼성전자 안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진대제 (陳大濟) 시스템LSI 대표이사 부사장과 함께 반도체 분야의 핵심두뇌로 꼽힌다. 미국 스탠퍼드대 책임연구원과 미국반도체학회 (VLSI) 의 심사위원을 지냈으며 96년엔 1기가D램의 시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기흥 = 고윤희 기자〈y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