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스타 ⑨ 배우 엄지원 『마음 가는 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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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얼마 전 대구에 내려갈 일이 있었어요. 장거리 여행 할 때마다 꼭 책을 준비하는데, 이번에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샀어요. 고등학생 시절 신경숙 작가의 열혈 팬이었는데, 최근엔 통 못 읽었거든요. 엄마만큼 무거운 이름이 있을까요. 희생과 헌신, 그 아래 눌려 있던 엄마의 진짜 마음은 이런 거였구나 싶었어요. 다녀와 바로 엄마한테 선물했죠.

“책은 쉬어갈 수 있고 나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라 좋다”는 배우 엄지원. 한 번 책에 꽂히면 아침 까지 꼬박 새면서 읽는 편이라 밤에는 정말 좋아하는 책을 손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박종근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엄지원입니다. 제가 소개할 책은 수산나 타마로의 『마음 가는 대로』에요. 『엄마를 부탁해』처럼, 읽고 나면 엄마 생각이 나는 책입니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35일간 쓴 15통의 편지죠. 엄마가 딸에게, 여자가 여자에게, 살면서 차마 하지 못했던 은밀한 이야기에요. 우리는 할머니는 처음부터 할머니였던 것처럼,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던 것처럼 당연하게 여기잖아요. 엄마도 사람이고 여자인데 말이죠. 엄마를 그렇게 바라본 적, 있으세요? 제가 밑줄 그어놨던 구절 중 하나를 옮겨볼게요. “난 내 몸과 마음 사이에 무수히 작은 창문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단다. 그 창문들이 열리면 감정들이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고 창문이 닫히면 감정들이 더이상 흐르지 못하지.” 무수히 많은 작은 창문, 그 사이로 왔다갔다하는 무수히 많은 무늬와 결의 감정이 있는 존재, 그게 엄마죠. 제 모습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영화(‘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뮤지컬(‘기쁜 우리 젊은 날’), 방송 등 스케줄이 빡빡하다보니 부담없는 책을 찾게 돼요. 독서가 뭐 별건가요. 비워있는 나를 채우는 거죠. 저도 다른 여자들처럼 ‘빅백’을 좋아하는데, 큼지막한 가방에 책을 넣어 다니며 자투리 시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죠. 독서도 바이오리듬을 타는 것 같아요. 좀 묵직한 책이 당기는 날이 있어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나 최재천 교수의 『인간과 동물』(궁리) 같은 사회과학 서적이요. 날을 잡아 종일 책만 읽기도 해요. 전 한 번 빠지면 멈추질 못해서 밤에는 절대로! 좋아하는 책을 읽지 않아요. 책을 읽다보면 어떨 땐 ‘친구가 없어도 괜찮겠구나’ 싶기도 한다니깐요.

전 책 주고 받기도 자주 해요. 책을 받으면 그 사람을 알게 되죠. 즐겨 선물하는 책은 성서에요. ‘만약 무인도에 갖고 갈 물건 3개를 고르라’고 한다면 그중 하나는 성서죠. 모든 해답이 들어있으니까요. 작곡가 주영훈씨도 저한테 성서를 선물해준 적이 있어요. 얼마 전엔 제가 뮤지컬을 한다니까 이명세 감독님이 영국 배우 마이클 케인이 쓴『명배우의 연기수업』을 주셨어요. 덕분에 영화 연기와 연극 연기의 차이를 잘 배웠죠. 집에 책이 많냐고요? 꽤 있어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책 빌려갔다 안 돌려줘서 저를 ‘책 빚쟁이’로 만드는 사람이랍니다.

정리=기선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책 읽는 스타’가 책 100권을 보내드립니다. 캠페인 전용사이트(joins.yes24.com)에 사연을 올려주시면 이 중 매주 한 곳을 골라 책을 증정합니다. 이번 주에는 몸이 아픈 젊은 장병들에게 신체적 치료만이 아닌 지식과 지혜를 선물하고 싶어 신청한 국군춘천병원 양지인 소령이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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