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대부상' 받은 어머니 차인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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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그림동화작가인 차인수 (車仁洙.39.여) 씨는 아들과 딸이 20명이나 있다. 집에서는 은주 (10.여). 윤창 (12) 이의 어머니이지만 밖에서는 정신지체아 등 18명의 아버지 역할을 한다.

車씨는 지난해 3월 경기도 광명시 하안남초등학교에 설립된 정신지체아등을 위한 특수학급 아이들 11명과 극빈가정 어린이 7명의 '대부' (代父)가 됐다.

이 아이들 대부분이 편부.편모의 어려운 가정에 있어서 아버지.어머니 역할을 대신 해주기로 車씨가 나선 것.

"우연한 기회에 친지를 통해 특수학급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도 내 아이들처럼 먹고 뛰어놀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車씨는 아이들의 대부가 된 뒤 틈나는대로 학교에 찾아가 몸이 불편한 아이들의 급식을 도왔다. 주말이 되면 생활비를 쪼개 이 학급 아이들과 함께 공원이나 서울랜드 등을 찾으면서 '자상한 아버지' 역할도 했다. 또 지난해 8월부터는 후원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식지 '맑은 샘 가족' 을 만들어 매달 각 가정에 나눠주고 있다.

자신의 가정에서는 아내와 어머니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김치를 담그는 등 밀린 일을 하느라 새벽 1~2시에 잠자리에 들기 일쑤였다.

"처음엔 아이들이 나를 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머니.아버지처럼 나를 따르는 것을 볼 때마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즐거움도 잠시. IMF 여파로 車씨는 18명의 자식들과 떨어져 지내는 이산가족이 됐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車씨의 수입이 거의 없어진데다 매달 2백~3백만원씩 들어오던 후원금도 뚝 끊겼기 때문. 車씨는 아이들 '생활비' 를 마련하기 위해 이달 중순쯤 부산에 음식점을 개업할 예정이다.

아버지 관련 단체들의 연합체인 아버지재단은 '모두 내자녀 모두 우리가족' 이라는 공동체 삶을 몸소 실천, 아버지 못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 車씨를 '98 대부 (代父) 상' 수상자로 선정, 아버지의 날인 5월1일 시상한다. 車씨는 "부산에 음식점을 열어 아이들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 이들이 밝게 자라도록 부양하겠다" 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창규 기자〈hi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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