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둥이 가족 … “첫째가 막내 열셋째를 엄마처럼 키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2월 큰딸 빛나(22)의 대학 졸업식에 13남매가 모였다. 아버지 김석태 목사가 나이순으로 줄을 세워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빛나, 다솜(20), 다드림(17), 모아(14·1월생), 들(14·12월생), 바른(12), 이든(10), 라온(9), 뜨레(8), 소다미(6), 나은(5), 가온(3), 온새미(2). [김석태씨 제공]

평소 한 달에 먹는 쌀만 20㎏짜리 서너 포대. 외지에 공부하러 나간 두 딸이 방학 때 돌아오면 좀 더 늘어난다. 아침마다 화장실 쟁탈전이 벌어진다. 경북 구미시의 방 4개짜리 집에서 13명의 자녀와 함께 사는 김석태(51·목사)·엄계숙(46)씨네 얘기다. 방 한 개는 부부가 쓰고, 다른 한 개는 서재로 쓴다. 나머지 두 개는 애들이 남녀로 나뉘어 하나씩 쓴다. 영화 ‘나 홀로 집에’처럼 실수로 애를 빠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식당에 애를 두고 오거나, 잠이 든 애를 승합차에 두고 내렸다가 새벽에 잠이 깬 아이가 울면서 문을 두드리는 일이 부지기수란다.

보건복지가족부가 통계청 출산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07년에 일곱째로 태어난 아이는 51명이었다. 여덟째 이상으로 태어난 아이는 21명이었다. 1995년 이후 매년 20~80명의 일곱째가 태어났기 때문에 7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이 수백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는 아이 넷 이상인 아홉 가족(7자녀 이상은 여섯 가족)의 사는 모습을 들여다봤다.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우선 다둥이를 낳은 부모도 다둥이 가정 출신이었다. 아홉 가족의 부모 18명 중 3명만 3남매였고, 나머지는 6남매·7남매가 많았다. 부모의 형제자매를 합하면 평균 10.6명이었다.

구미시의 엄계숙씨는 “내가 5남매 사이에 섞여 자라보니 힘들 때나 좋을 때나 항상 힘이 됐다”며 “아이들한테도 형제가 많은 게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학 때면 큰딸과 작은딸이 집에 와서 어린 동생들을 엄마처럼 돌본다. 동생들이 엄마보다 언니 말을 더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사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7명의 자녀를 둔 한건수(41·군무원·충북 청주시)씨는 “특별한 사교육을 받지 않고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만 피아노를 배우는데 큰애들이 동생들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김석태 목사는 “사교육을 포기하면 집에서 가르칠 게 너무 많다”며 “영어교과서 따라 쓰기 등 집에서 가르친다”고 말했다.

종교를 공개한 여덟 가족 중 다섯 가족이 기독교였다. 다둥이 부모들은 “아이들은 짐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말한다.

외출할 때는 무조건 다 데려가거나 다 두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가 10명인 권학도(57·목사·충북 진천군)씨는 “아이들이 알아서 자기 일을 하기 때문에 집에 두고 외출해도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