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미국경제는 거품" 맞불…정부 '일본 때리기' 에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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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이 미국의 '일본 때리기' 에 '미국 경제 거품론' 으로 맞서고 있다. 정부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일본 경제는 바닥을 지났으며 미국의 주가는 조만간 천장을 칠 것" 이라고 호언하는가 하면 특히 우익정치인들은 감정이 섞인 대미 (對美) 비판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 경제가 정말 거품인지에 대해 찬반양론이 분분한 가운데 대장성은 미국의 거품붕괴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비밀리에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교도 (共同) 통신은 지난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선진7개국 (G7) 재무장관회담에서도 미국의 주가폭락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있었다고 23일 보도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신原英資) 대장성 재무관은 최근 강연에서 "일본 경제는 바닥을 지났으며 경제적 기초변수 (펀더멘털스) 는 강하다" 고 밝히고 "투자자들은 이제 도쿄 (東京) 주식과 엔.부동산 등 일본을 사야 할 때" 라고 주장했다.

가토 고이치 (加藤紘一) 자민당 간사장도 "미국 주가는 확실히 거품"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시모토 총리의 경기대책을 비판한 미국에 대해 "오히려 미국은 스스로를 걱정해야 할 것" 이라고 반격했다.

우파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 (石原愼太郎) 는 아예 "일본은 다시 노 (No)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고 강경론을 펴고 있다.

미국 거품론은 일본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22일자 사설에서 미국 경제가 거품이라고 경고하면서 "일본 금융기관들이 엔화 약세와 초저금리를 피해 금리가 높고 달러 강세인 미국쪽으로 자금을 유출시켜 미국 거품을 부채질했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 관료.정치권의 분위기와 달리 민간연구소들은 "미국의 경우 주가폭등이 문제지 부동산.물가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어 심각한 자산디플레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는 분석이 대세다.

특히 미국은 기업.금융기관의 경영실적이 분기별로 발표돼 실적이 악화되면 곧바로 주가가 조정을 받거나 흡수.합병.감원 등으로 대처하기 때문에 폭발적인 거품붕괴는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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