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터 서상록씨, 손님유치 편지쓰기 등 '프로서비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저는 롯데호텔 양식당 쉔브룬에서 일하고 있는 견습 웨이터 서상록입니다.꼭 한번 저희 식당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 전문 경영인에서 물러난 뒤 호텔식당 웨이터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서상록 (徐相祿.61) 전 삼미그룹 부회장은 요즘 틈날 때마다 손님유치를 위해 편지를 쓴다.

비록 견습 신분이지만 한사람이라도 더 고객을 유치해야겠다는 생각에 친구.친지는 물론 지인들에게 '방문' 을 부탁하는 편지를 써 보낸다. 편지엔 예약 전화번호가 적힌 徐씨의 명함이 동봉된다.

지난 1일부터 호텔식당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徐씨가 이제까지 써 보낸 편지는 4백여통으로 앞으로 1천2백통의 편지를 보내는 것이 목표. 편지를 받고 최소한 10%만 식당을 찾아 매상을 올려준다면 대성공이 아니겠느냐는 게 徐씨의 생각이다.

徐씨가 이 식당의 '명물' 로 화제에 오르며 그의 남다른 노력 덕분인지 최근 하루 매출액이 30% 이상 늘었다. 그의 장인과 처가식구들은 물론 같이 일하던 여비서도 이 식당에 '손님' 으로 다녀갔다고 한다.

식당은 오후6시 문을 열지만 徐씨는 지하철을 타고 집을 나서 매일 오후3시면 어김없이 식당에 도착, 30년 이상 나이차가 나는 선배 (?) 들로부터 교육을 받는다.손님을 맞을 때 15도, 음식을 내놓을 때 30도, 실수했을 때 45도…. 허리굽혀 인사하는 각도도 까다롭다.

식당 입구에 서서 손님을 맞는 것은 물론 일과시간엔 정성스레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나른다.오후10시 영업이 끝나면 다음날을 위해 식기를 차려놓는 일과 주방에서 그릇을 닦는 일도 빠뜨릴 수 없는 일과. 오는 12월까지 견습기간엔 그룹 부회장 시절 월급의 10%도 안되는 60만원을 받을 예정. "하루에 쓰는 돈이라야 왕복 지하철요금 9백원이면 족합니다.

그렇지만 운전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닐 때보다 오히려 마음은 편해요. " 서서 일하는 덕분에 따로 운동할 필요도 없을 만큼 건강도 좋아졌다는 게 徐씨의 설명이다.

徐씨는 최근 자비를 들여 자신의 명함을 바꿨다. 식당이름이 영문으로만 표기돼 읽기가 쉽지 않은데다 호텔 몇층에 식당이 있는지 써 있지 않아 손님이 불편하리란 생각에서 새 명함엔 식당이름을 한글로 표기하고 층수도 적어 넣었다.

대수롭지 않은 일 같지만 고객 입장에서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徐씨의 세심한 배려. 徐씨의 이색 취업이 알려지면서 강연요청도 줄을 이어 23일과 25일엔 호텔직원들과 로터리클럽 회원들을 위해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돌출행동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렇지만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프로의 자세를 보여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